
서울과 수도권 집값이 1년 넘게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정작 집을 사려는 사람은 급격히 줄어드는 역설적 현상이 포착됐다. 1월 주택 매매 소비심리가 크게 올랐지만, 2월 들어 실제 매수 의향은 8주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시장의 이중 신호가 뚜렷해지고 있다.
20일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부동산시장 소비자 심리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 1월 전국 주택 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전월 대비 6.3포인트 상승한 122.1을 기록하며 상승 국면을 유지했다. 수도권은 127.5로 7.7포인트 올랐고, 서울(138.2)은 7.3포인트, 경기(124.1)는 6.4포인트 각각 상승했다. 특히 인천(114.9)은 상승폭이 15.1포인트에 달했다.
전세시장도 온기를 유지했다. 전국 주택 전세시장 소비심리지수는 전월 대비 2.1포인트 상승한 110.7을 기록했으며, 서울(116.0), 경기(112.6), 인천(109.3) 모두 2포인트 이상 올랐다. 부동산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00을 넘으면 가격 상승 또는 거래 증가 응답이 많음을 의미하며, 115 이상이면 상승 국면으로 분류된다.
2월 들어 급변한 시장 온도
그러나 1월의 상승세는 2월 들어 급격히 냉각되고 있다. 서울의 매수우위지수가 1월 3주차 94.9에서 2월 2주차 85.3으로 2주 연속 하락하며 8주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매매가 변동률도 전국 0.10%, 수도권 0.17%로 상승폭이 둔화됐다. 반면 아파트 전세가는 전국 49주, 서울 52주 연속 상승 중이다.
이 같은 ‘가격은 뜨거운데 열기는 식는’ 현상은 공급 부족이라는 구조적 문제와 수요 약화가 동시에 나타나는 복합적 신호로 풀이된다. 전국 아파트가 24주 연속, 서울이 54주 연속 상승 중이지만 정작 매수자는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정책 강경 발언의 역설적 효과
이재명 대통령이 1월 29일 주택 공급책을 발표하고 연일 부동산 강경 발언을 이어가고 있지만, 시장 참여자들은 이를 오히려 “집값 상승 시그널”로 해석하고 있다. 선거 기간 동안 “부동산은 정책으로 잡을 수 없다”던 기조가 선거 후 강경 발언으로 전환됐지만, 시장은 이를 구속 없는 상승 신호로 받아들인 상황이다.
실제로 강서구, 성복구 등 실수요 중심 지역의 지속적 상승이 시장의 기초 체력을 보여주고 있다. 개발 호재가 뚜렷한 성남, 안양은 강세를 보인 반면, 평택, 광주 등 공급 과잉 지역은 하락세를 나타내며 지역별 양극화가 뚜렷해졌다.
선별적 투자의 시대 도래
부동산 전문가들은 현재 시장을 “어디를 고르느냐가 투자의 성패를 가리는 선별적 시장”으로 진단하고 있다. 전세가 상승과 매매 심리 냉각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전세가율 회복 지역의 역세권 올드 아파트 및 재건축 구체화 단지에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전세가율이 높을수록 상대적으로 적은 돈으로 집을 살 수 있고, 전세가가 매매가를 밀어올리는 안정적 구조를 의미한다. 2월 현재 서울 서부권, 특히 마곡·등촌 일대 역세권 구축 아파트의 상승은 단순 투기가 아닌 실수요 중심 지역 선호로 해석되며, 이는 시장의 기초 체력이 여전히 건실하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만 강경 정책 언급이 단기적 심리 상승을 이끌었으나 실제 거래 참여는 냉각되는 양상이 지속될 경우, 하반기 시장 변동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