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 금 시세가 지난달 26일 온스당 5,000달러를 사상 처음 돌파하면서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이 새로운 선택을 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부모님의 결혼반지를 녹여 새 반지를 만들거나, 18캐럿 금 대신 은이나 9캐럿 금을 선택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고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가 8일 보도했다.
금값 급등은 단순히 예물 가격만 끌어올린 게 아니다. 지난해 7∼9월 전 세계 보석용 금 수요는 419.2톤으로 전년 동기(546.5톤) 대비 23% 급감했다. 경제 및 지정학적 불안정으로 금이 안전자산으로 집중되면서, 정작 결혼 시장은 외면받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파리 시내의 한 보석상은 “약혼반지 가격이 거의 배가 됐는데도 예비부부들은 여전히 고급 재질을 원한다”며 “요즘은 부모님과 함께 와서 도움을 받거나, 직접 가져온 금으로 작업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전했다.
부모님 반지 녹여쓰기… 달라진 결혼 준비 풍경
한 예비부부는 “부모님 결혼반지를 녹여서 새 반지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새로 구매하는 것보다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프랑스에서 9캐럿 금 결혼반지 한 쌍 가격은 지난해 9월 600유로에서 현재 800유로로 33% 올랐다.
더 저렴한 대안을 찾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보석상 뤼카 뮐리에에 따르면 현재 그의 고객 중 60%가 은을 선택하는데, 이는 예전 20∼30%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은은 최근 온스당 100달러 선을 사상 최초로 돌파하며 상승세지만, 여전히 금보다는 부담이 적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경기 침체 대응을 넘어 세대 간 가치 공유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 증가를 반영한다고 분석한다.
보석 업계도 ‘무게 다이어트’ 불가피
보석 제조업체들은 작업 방식을 근본적으로 조정하고 있다. 프랑스 보석 브랜드 소피 다곤의 창립자 소피 르푸리는 “창작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예전엔 10g의 금을 썼다면 이젠 5∼6g으로 같은 느낌을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동일 디자인에서 금 사용량을 40∼50% 줄인 셈이다.
가격 인상도 불가피했다. 르푸리는 “재무 담당자는 지난해 10월부터 가격 인상을 원했지만 크리스마스 시즌이 지날 때까지 최대한 미뤘다”며 “결국 올해 1월부터 사용된 금의 양에 따라 컬렉션 가격을 10∼12% 인상했다”고 밝혔다.
중고 보석 플랫폼을 운영하는 샤를로트 레이는 “고급 보석 디자이너가 제작한 보석조차도 동일한 디자인이지만 시대에 따라 무게가 다르다”며 “오래된 작품들이 훨씬 무겁다”고 지적했다.
빈티지 보석 시장에 몰리는 이유
역설적으로 중고 보석 시장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레이는 “젊은 부부 사이에서도 빈티지에 대한 관심이 크다”며 “더 묵직하고 고급스러운 보석을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26년 보석 시장에서는 개인화와 지속가능성이 핵심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재활용 금속과 실험실에서 재배한 보석, 투명한 공급망이 선택이 아닌 기대사항으로 변화했다. 전통의 다이아몬드와 18캐럿 금에서 사파이어, 에메랄드, 루비 등 다양한 컬러 보석으로 수요가 확산되는 추세다.
보석상들은 “점점 고객들의 예산 기대를 맞추기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토로한다. 이는 단순한 가격 상승이 아닌 소비자 심리의 구조적 변화를 반영하며, 향후 보석 업계 재편의 신호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