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메모리 시장에서 경쟁사에 밀렸다는 평가를 받아온 삼성전자가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 ‘HBM4’를 세계 최초로 양산 출하하며 반격에 나섰다. 설 연휴 직후인 2월 셋째 주부터 엔비디아향 HBM4 출하가 시작되며, 이는 올해 AI 반도체 메모리 시장의 최대 승부처로 꼽힌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품질 테스트를 조기 통과하고 구매 주문을 확보한 뒤, HBM4 양산 출하 시점을 이번 주로 결정했다. 삼성의 HBM4는 엔비디아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에 탑재되며, 다음달 열리는 기술 콘퍼런스 ‘GTC 2026’에서 최초 공개된다. 하반기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다.
1JEDEC 표준 37% 뛰어넘은 기술력
삼성전자 HBM4의 핵심은 압도적인 성능이다. 1c D램(6세대 10나노급)과 4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동시 적용해 최대 초당 11.7기가비트(Gbps)의 속도를 구현했다. 이는 국제반도체 표준협의기구(JEDEC) 기준인 8Gbps보다 37%, 이전 세대 HBM3E(9.6Gbps)보다 22% 높은 수준이다.
단일 스택 기준 메모리 대역폭은 전작 대비 2.4배 향상된 최대 3TB/s에 달하며, 12단 적층 기술로 36GB 용량을 제공한다. 16단 적층 기술을 적용하면 48GB까지 확장 가능하다. 저전력 설계로 서버 및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모와 냉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평택 P4 증설로 생산능력 25% 확대
삼성전자는 HBM4 생산을 위해 평택 4캠퍼스(P4)에 월 10만~12만 장의 웨이퍼를 생산할 수 있는 D램 라인을 추가 구축 중이다. 지난해까지 월 6만~7만 장 규모였던 1c D램 생산 라인이 최대 두 배 가까이 늘어나는 셈이다.
증설이 완료되면 전체 생산능력(약 78만 장) 중 HBM4용 D램 비중은 약 20만 장으로 25%를 차지하게 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HBM 판매량을 전년 대비 3배 이상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1c D램 수율도 60% 수준에 도달해 손익분기점을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캐파 많은 쪽이 점유율 확대” 전망
업계에서는 기술력이 입증된 상황에서 생산량이 시장 점유율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6세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장 장악이 예고돼 있다”며 “기술력이 입증된 상황이라면 캐파가 많은 쪽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엔비디아 베라 루빈향 HBM4 공급 비중은 SK하이닉스가 약 70%, 삼성전자가 약 30%로 예상된다. 하지만 삼성의 공격적인 증설과 완제품 모듈 테스트용 샘플 물량 확대는 향후 점유율 경쟁 구도를 재편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삼성의 D램 가격 상승과 HBM4 판매 본격화로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한국 기업 최초로 100조 원을 넘어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HBM4 세대부터 공정·설계·패키징 난이도가 급격히 높아지면서 메모리 업체 간 기술 격차가 재편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