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해도 돈이 없어요”…20대보다 더 일 하는 60대, 그저 ‘한숨만’

댓글 0

60대 고용률 61.1%
20대는 60.7% 그쳐
5년 만에 역전 현상
employment rate in the 20s and 60s
60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5년 만에 20대 고용률 역전 (출처-연합뉴스)

60대 고용률이 20대를 추월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벌어졌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면 국내 경제와 사회 여건 변화로 인한 역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청년들은 취업 한파에 시달리는 반면, 60대는 은퇴 후 소득 부족으로 일자리를 찾아 나서면서 빚어진 결과다.

세대가 바뀐 노동시장…20대보다 더 일하는 60대

employment rate in the 20s and 60s (2)
60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5년 만에 20대 고용률 역전 (출처-통계청)

국가데이터처가 13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60대 고용률은 61.1%로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시기 20대 고용률은 60.7%에 머물며, 60대보다 0.4%포인트 낮았다. 이는 팬데믹 여파로 청년 아르바이트 일자리가 줄어들었던 2020년 이후 약 5년 만의 일이다.

하지만 이번 역전은 당시처럼 일시적 외부 요인이 아닌, 국내 경제와 노동 환경의 변화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더 깊은 우려를 낳고 있다.

employment rate in the 20s and 60s (3)
60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5년 만에 20대 고용률 역전 (출처-연합뉴스)

실제로 20대 고용률은 지난해 9월부터 1년 내내 전년 대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대기업과 제조업을 중심으로 신규 채용이 줄었고, 신입보다는 경력자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강해졌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기준 전체 임금근로 일자리 중 신규 채용 비율은 26.6%로, 통계 작성 이후 최저 수준이었다. 반면 60대는 생계 유지를 위한 ‘필수 노동’에 뛰어들고 있다.

60세 이상을 세분화해 집계한 2018년 이후, 60대의 경제활동 참가율과 취업자 수는 분기마다 최고치를 새로 쓰고 있으며 올해 3분기 기준 60대 실업률은 1.6%로, 역대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일자리를 놓고 부딪히는 세대…정년 연장에 쏠리는 시선

employment rate in the 20s and 60s (4)
60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5년 만에 20대 고용률 역전 (출처-연합뉴스)

세부적으로 보면 20대 남성의 고용률 하락이 특히 두드러진다. 올해 3분기 20대 남성 고용률은 58.2%로, 여성(63.5%)에 비해 5.3%포인트 낮았다.

이 격차는 2012년 이후 54개 분기 연속 이어지고 있으며, 점점 더 벌어지는 추세다. 전통적으로 남성 중심의 고용이 이뤄졌던 제조업과 건설업 경기 둔화가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정년 연장 논의가 본격화되자, 청년 고용 감소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정년 연장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결국 청년 채용을 줄여 인건비를 맞추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의 보고서도 이를 뒷받침한다. 2016년 법정 정년이 60세로 상향된 이후, 55~59세 근로자 1명이 늘어날 때마다 청년층(23~27세) 근로자 수는 평균 1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일은 늘어나지만 희망은 없어”…무너진 고용 사다리

employment rate in the 20s and 60s (5)
60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5년 만에 20대 고용률 역전 (출처-연합뉴스)

또한 사회적 합의 없이 정년 연장을 추진하면 기업이 인건비 부담 등으로 청년 채용을 더 줄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정년 연장을 강제하기보다, 노사 합의를 전제로 임금 조정이 가능한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재고용 시 4대 보험 감면 등 현실적인 유인을 제공해야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의 분위기도 무겁다. 구직 중인 27세 김모 씨는 “이력서를 수십 장 써도 연락 한 통 받기 어렵다”며 “고령층은 일해서 좋다고 하지만, 청년은 기회조차 없다”고 토로했다.

employment rate in the 20s and 60s (6)
60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5년 만에 20대 고용률 역전 (출처-연합뉴스)

반면 63세로 건물 관리직을 찾고 있다는 박모 씨는 “은퇴 후 생활비가 빠듯해 일자리를 안 구할 수가 없다”며 “젊은이들 눈치를 보면서도 다시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근본적으로 고용 유연화와 함께 구조개혁 등을 통해 청년층 일자리 기반을 다지는 정책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부가 전면에 나서 법을 고칠 게 아니라 노사합의를 통해 임금 조정을 동반한 정년 연장을 시행하는 기업에 법인세를 깎아주거나, 재고용 근로자에 대한 4대 보험 감면 등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고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Copyright ⓒ 이콘밍글.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