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자산 10억 원 이상을 보유한 국내 부자들이 올해 예금·채권 등 전통적 안전자산에서 벗어나 주식과 ETF(상장지수펀드)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 경기 전망이 개선되면서 투자 전략 전반에 변화가 감지된다.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는 15일 부자 713명을 포함한 총 2,71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를 담은 ‘2026 대한민국 웰스 리포트’를 발간했다. 올해 실물 경기가 개선될 것이라는 응답 비중은 지난해 7%에서 18%로 두 배 이상 늘었다.
ETF·주식 투자 의향 급증, ‘투자성 자산’ 선호 확대
올해 부자들의 ETF 투자 의향은 29%에서 48%로 19%포인트(p) 급등하며 자산 종류 중 가장 높았다. 주식 투자 의향도 같은 기간 29%에서 45%로 뛰어 두 번째를 기록했다.
반면 지난해 투자 의향 1·2순위였던 예금과 채권은 올해 각각 35%, 24%로 낮아졌다. 하나금융연구소는 “정부의 주주 친화적 기조, 기업가치 제고 정책, 배당 확대 등 국내 증시에 대한 희망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보유 현황에서도 흐름이 확인된다. 2025년 기준 ETF를 보유한 부자의 비중은 53%로, 1년 새 약 40% 증가해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ETF와 펀드 등 투자성 자산 비중이 늘어나는 반면, 예금 비중은 줄어드는 추세다.
부동산 전망은 ‘맑음’, 투자 의향은 ‘흐림’
부동산 경기 전망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한 비중은 지난해 7%에서 올해 16%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실제 부동산 매입 의향은 43%에서 37%로 오히려 낮아졌다.
보고서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 상업용 부동산 불황, 금융 투자 선호 확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40대 응답자 한 명은 “현재 자산 구성은 금융자산이 100%”라며 “부동산은 세금 리스크 때문에 투자할 생각을 잘 하지 않게 된다”고 밝혔다.
장기 추세에서도 변화가 나타난다. 부자들의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은 2021년 63%에서 2025년 52%로 11%p 하락한 반면, 금융자산 비중은 같은 기간 35%에서 46%로 상승했다. 2025년 부자들의 평균 총자산은 74억 원으로 전년 68억 원 대비 증가했다.
해외주식·금…글로벌 분산 수요도 확대
국내 투자 기대가 높아지는 동시에 해외 자산 분산 수요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부자의 71%가 외화 금융자산을 보유했으며, 주식을 보유한 부자 중 해외주식 보유 비중은 2023년 48%에서 2025년 63%로 15%포인트(p) 증가했다.
금 투자 의향은 지난해(31%)와 유사한 수준인 30%를 유지했다. 예금·채권 선호가 약해지는 가운데서도 금은 안전자산으로서의 선호가 이어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39%의 부자가 올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으며, 이 가운데 부동산 비중을 줄이고 금융자산을 늘리겠다는 응답(18%)이 반대 경우(10%)보다 1.8배 많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