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의 겨울철 낙이었는데 “이젠 구경도 힘드네”… 사라지는 ‘추억의 맛’

천 원 한 장의 행복은 이제 옛말
팥값 폭등이 부른 나비효과
지도 앱 켜고 찾아나서는 귀한 몸

“한 시간은 기본으로 기다리셔야 해요.” 꼬박 한 시간을 기다린 끝에 겨우 붕어빵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심지어 돈이 있어도 마음껏 살 수 없고, 한 사람당 6개까지만 판매한다는 제한까지 붙었다.

찬 바람이 불면 길모퉁이 어디서든 쉽게 만날 수 있었던 ‘국민 간식‘도 이제는 옛말이 되어버렸다.

천 원짜리 한 장이면 서너 개는 족히 살 수 있었던 시절은 지나가고, 이제는 일부러 긴 줄을 서야만 맛볼 수 있는 귀한 음식이 되었다.

소리 없이 강해진 가격, ‘금붕어빵’의 등장

가장 큰 변화는 단연 가격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천 원에 3개’가 규칙처럼 여겨졌지만, 이제는 ‘3개에 2천 원’이 일반적인 가격이 되었다.

심지어 서울 시내나 신도시 번화가에서는 1개에 1천 원을 받는 곳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민들의 반응은 허탈함 그 자체다. 대학생 A 씨는 최근 붕어빵 가격표를 보고 “하나에 1천 원이라는 가격 앞에서는 망설여지더라”며, “이제 붕어빵은 더 이상 서민 간식이 아닌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붕어빵 값이 오른 가장 큰 원인은 주재료인 팥 가격의 폭등에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지난 26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산 붉은 팥의 중도매 가격은 40kg당 78만 원을 넘어섰다. 이는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무려 58%나 급등한 수치다.

국산 팥 가격이 이처럼 치솟은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농가에서 팥 재배를 기피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팥이 다른 작물에 비해 생산성이 낮아 농가들이 재배를 꺼리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 팥 재배 면적은 지난 4년 사이 37% 넘게 급감했다. 여기에 예측 불가능한 기후 변화가 기름을 부었다. 여름철 폭염과 잦은 폭우로 인해 팥 생산량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사라지는 길거리 노점, 그 자리를 꿰찬 편의점

이처럼 원재료 값은 오르는데 가격을 올리기는 부담스러우니, 길거리에서 붕어빵 노점은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다. 대신 그 자리를 대기업의 유통망을 갖춘 편의점들이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편의점들은 대량 생산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냉동 붕어빵을 매장에서 직접 구워 팔거나, 아예 상온에서 보관 가능한 빵 형태로 출시하고 있다.

GS25는 지난해 붕어빵 판매 매장을 5000곳으로 늘렸고, 세븐일레븐은 2개에 700원짜리 미니 붕어빵을 내놓기도 했다.

추억의 길거리 간식이 이제는 규격화된 상품으로 팔리는 시대가 된 것이다.

붕어빵 가격의 상승은 서민들의 팍팍한 삶과 사라져가는 옛 추억을 동시에 보여주는 씁쓸한 단면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