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이라더니 내 지갑은 얇아”… 수출 대박에도 내수 소비가 주춤하는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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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수출 호조, 내수 소비 감소
출처-연합뉴스

소비자들의 경기 체감은 좋아지는데 집값 전망은 급격히 식었다. 반도체 수출 호조가 심리를 끌어올리는 사이,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주택 가격 기대를 3년 7개월 만의 최대폭으로 꺾어놓았다. 같은 달 발표된 두 지표가 정반대 방향을 가리키며 2026년 경제 심리의 복잡한 단면을 드러냈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026년 2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12.1로 전월(110.8)보다 1.3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12월 하락(-2.5p) 후 1월 반등(+1.0p)에 이어 2개월 연속 상승세다. CCSI는 장기평균(2003~2025년)을 100으로 하는 지표로, 100을 넘으면 평균보다 낙관적임을 의미한다.

그러나 같은 조사에서 1년 뒤 집값 전망을 나타내는 주택가격전망CSI는 108로 전월(124) 대비 16포인트나 폭락하며 3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이는 2022년 7월 시장 금리 상승으로 전국 주택 매매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을 때(-16p)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반도체가 살린 경기 기대… 현재경기판단 5포인트 급등

물가수준전망, 주택가격전망, 임금수준전망 지수 추이/출처-한국은행, 연합뉴스

2월 소비심리 상승을 이끈 것은 수출 섹터의 회복 신호였다. 현재 경기 상황 인식을 보여주는 현재경기판단CSI는 95로 전월보다 5포인트 올랐고, 향후경기전망CSI도 102로 4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향후 경기 전망 개선에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가 지속되면서 경기 개선 기대감이 반영됐다.

취업기회전망CSI는 93으로 2포인트 올랐지만, 여전히 100 이하 수준을 유지하며 고용 시장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금리수준전망CSI는 시장 금리와 시중은행 대출 금리 상승 영향으로 105를 기록하며 1포인트 상승했다.

가계 관련 지표는 대체로 보합권이었다. 현재생활형편CSI는 96으로 전월과 동일했고, 가계수입전망CSI(103)와 소비지출전망CSI(111)도 변동이 없었다. 생활형편전망CSI만 101로 1포인트 올랐다.

정부 대책에 ‘급냉각’된 집값 기대… 심리가 시장 바꿀까

서울 강남구 한 부동산중개업소/출처-연합뉴스

주택가격 전망의 급락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 조치가 직접적 원인으로 분석된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예고와 1월 말 발표된 부동산 대책이 소비자들의 집값 상승 기대를 꺾은 것이다.

한국은행 이흥후 경제심리조사팀장은 “주택 가격 전망 지수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주택 가격 심리가 하락하면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최근 주택 가격 상승폭이 서울을 중심으로 점차 둔화되고 있다”며 “소비자들의 주택 가격 하락 기대가 실제 주택 시장 수급에 얼마나 오랫동안,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향후 부동산 시장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주목할 점은 16포인트 하락에도 불구하고 주택가격전망CSI가 108로 여전히 100을 넘는다는 사실이다. 이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하락 기대보다는 상승 전망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의미로, 심리 지표가 실제 거래와 가격으로 이어질지는 별개의 문제다.

물가 심리는 ‘2.6% 고착’… 필수재 가격 부담 지속

물가 기대는 안정세를 유지했다. 향후 1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6%로 전월과 같았다. 소비자 물가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음에도 가공식품 등 필수 소비재의 높은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물가 체감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3년 후와 5년 후 기대인플레이션도 각각 2.5%로 변동이 없었다.

향후 1년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요인으로는 농축수산물(50.6%), 공공요금(40.6%), 공업제품(31.3%) 순으로 응답 비중이 높았다. 특히 농축수산물에 대한 우려는 전월 대비 4.3%포인트 증가했고, 공공요금도 1.7%포인트 늘었다. 반면 석유류제품은 7.9%포인트 감소했다.

수출 호조로 경기 심리는 개선되고 있으나, 고용과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주택가격 전망의 급락이 실제 거래 감소로 이어질 경우 건설업과 내수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어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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