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연식이 오래될수록 덜 오른다’는 공식이 깨졌다. 신축 아파트가 아닌 준공 20년을 넘긴 구축 아파트가 가격 상승을 주도하며, 통계 작성 이래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2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5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연간 변동률은 8.98%로 집계됐다. 준공 연한별로 보면 20년 초과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8.76% 상승해 5년 이하(7.73%)와 15년 초과 20년 이하(6.74%)를 웃돌았다. 다만 서울 전체로는 5년 초과 10년 이하가 9.45%로 가장 높았으나, 20년 초과 역시 평균(8.98%)을 웃돌며 연식이 오래될수록 덜 오른다는 공식을 깼다. 특히 강남3구가 포함된 동남권에서는 20년 초과 아파트가 16.73% 급등하며 신축 대비 2배 가까이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규제 완화 기대와 ‘똘똘한 한 채’ 전략이 맞물리면서 재건축 가능 단지에 투자 수요가 집중된 결과로 분석된다. 실수요자는 최신 신축을, 투자자는 재건축 모멘텀 보유 구축을 선택하는 이원화 구조가 시장을 재편했다.
재건축 단지가 끌어올린 구축 강세
서울 남부 권역 전반에서 구축 아파트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서남권에서도 20년 초과 아파트가 8.53% 올라 5년 이하(7.79%)와 5년 초과 10년 이하(5.89%)를 제쳤다. 동남권은 더욱 극명했다. 20년 초과 구간이 16.73% 치솟아 10년 초과 15년 이하(14.04%), 5년 초과 10년 이하(12.01%)를 모두 상회했다.
이런 흐름을 주도한 건 재건축 연한에 도달했거나 이를 넘긴 강남·서남권 핵심 단지들이다. 압구정·잠실·반포·대치와 여의도·목동·구로·관악 일대 재건축 사업지는 입지가 이미 검증된 데다 안전진단 기준 조정과 규제 완화 논의로 사업 속도 개선 기대가 커지면서 장기 보유 수요가 몰렸다.
압구정·잠실 핵심 단지 40% 급등
강남의 대표적 재건축 단지들은 동남권 평균(16.73%)의 두 배를 웃도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압구정 신현대 61평은 지난해 말 128억 원에 거래되며 연초 대비 약 40% 올랐다. 은마아파트 34평은 36.5%, 잠실주공5단지 35평은 39% 상승하며 강남 재건축 단지들이 이번 상승장의 상징 구간으로 부각됐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울 아파트는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침체기에도 가격이 내려가지 않고 보합을 유지하다가 상승기에는 대폭 오른다”며 재건축 단지의 중장기 투자가치를 인정했다. 1987년부터 2025년까지 서울 아파트의 누적 연평균 상승률은 6.17%로 지방(2.56%)의 2.4배에 달했다.
‘똘똘한 한 채’ 전략의 시장 재편
다주택 규제와 세 부담을 고려해 여러 채를 분산 매입하기보다 상급 입지의 재건축 가능 단지 한 채에 자산을 집중하는 ‘똘똘한 한 채’ 전략이 시장을 재편했다. 서울 압구정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최근 30~40대 자산가를 중심으로 규제와 세금 부담을 감안해 재건축 이후 가치 상승 여력이 큰 단지에 자금을 집중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다만 2월 들어 상승세 둔화 신호도 감지된다. 2월 3주 서울 아파트 주간 상승률은 0.01%로 전주(0.19%)보다 급락했고, 강남3구 상승세도 둔화 추세다. 업계에서는 재건축 기대감이 가격에 과도하게 반영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