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사금융 피해 신고 최고치
초고금리 계약 전면 무효화
연 100% 초과 시 원금 모두 사라져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 그저 절망뿐입니다.”
막막한 현실에 내몰린 서민들의 한숨이 깊어지는 가운데, 정부가 강력한 대책을 내놓았다. 초고금리 대부업 퇴출과 불법사금융 근절을 위한 법적 장치가 마련된 것이다.
‘초고금리’ 대부업체에 치명타
금융위원회는 8일 대부업법 시행령 및 감독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연 100%가 넘는 이자를 받는 대부업체의 계약은 ‘반사회적 대부계약’으로 규정돼 원금과 이자 모두 무효화된다. 이는 금융 관련 법령에서 최초로 도입되는 획기적인 제도다.
금융위는 “연이자가 원금을 초과하는 경우는 누구나 악의적 초고금리 계약으로 볼 수 있다”며 “민법상 현저히 사회질서에 반하는 경우 법률행위를 전부 무효로 규정하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성 착취나 신체상해, 폭행·협박 등으로 체결된 계약과 마찬가지로 초고금리 대부계약도 원천 무효화되는 것이다.
일본에서도 연이자가 원금을 명백히 초과하는 경우를 금전대차계약 무효화 사유로 인정하고 있다는 점도 이번 결정의 중요한 근거가 됐다.
불법사금융 피해 확산의 실태
이번 개정안은 합법 대부업체의 건전성을 높이는 동시에, 그 틈을 노린 불법 사금융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상담·신고 건수는 1만 5397건으로, 전년보다 11.9% 증가했다. 이는 역대 최고치로, 2020년 이후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역설적이게도 2021년 법정 최고금리가 20%로 낮아지면서 본격화됐다.
저신용자들이 제도권 대부업체에서 대출받기 어려워지면서 불법 사금융으로 몰리게 된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 말 등록 대부업체의 대출잔액은 12조 2105억 원으로, 2019년 상반기(16조 6740억 원)보다 27.8% 줄었고, 이용자는 200만 7000명에서 71만 4000명으로 급감했다.
대부업 시장 구조 개선을 위한 종합 대책
정부의 이번 개정안은 단순히 초고금리 대부업체를 처벌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부업 시장의 구조적 개선을 위한 종합 대책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이 대책의 핵심 내용 중 하나로, 영세대부업 난립과 불법 영업을 막기 위해 등록 요건도 크게 강화했다.
지자체 대부업자의 자기자본요건은 개인의 경우 1천만 원에서 1억 원으로, 법인은 5천만 원에서 3억 원으로 대폭 상향된다.
온라인 대부중개업자에게는 1억 원의 자본금과 전산전문인력, 전산시스템 구비 의무가 새롭게 부과된다.
오프라인 중개업자는 3천만 원의 자본금이 필요하다. 이러한 요건 강화는 건전한 대부업체만 시장에 남게 하여 서민금융의 질을 높이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다.
다만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해결책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업권별로 대출 최고금리를 자율로 정하고, 대부업체가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번 개정안에는 대부업체가 광고할 수 없는 대상에 불법사금융예방대출과 최저신용자 특례보증도 포함시키고, 새마을금고 자산관리회사를 대부채권 양도 가능 기관에 추가하는 등 서민금융 생태계 전반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들이 담겨 있다.
개정안은 다음 달 19일까지 입법예고를 거쳐 오는 7월 22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