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겨냥할 줄 알았는데 “엉뚱한 한국산이”… 자동차 부품 업계 ‘비상’

미국發 관세 폭풍에 흔들린
한국 자동차 업계, 위기 속에서 찾아낸 반전의 실마리

미국의 자동차 및 부품 수입에 대한 고율 관세가 본격 시행되면서, 한국 자동차 산업 전반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수출 비중이 높은 부품업계를 중심으로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되는 가운데, 일부 기업은 이를 계기로 새로운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국내 업계의 실적 전망뿐 아니라 중장기적인 생존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산업 구조 전반에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25% 관세, 태풍의 중심에 선 부품업계

미국이 지난 3일(현지시간), 외국산 자동차 부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한국 자동차 부품 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전체 수출 중 미국 비중이 3분의 1을 넘는 한국 부품업계는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특히 배터리, 모터, 차체, 전자부품 등 332개 품목이 직접적인 관세 대상이 되면서 공급망 전반에 긴장이 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부 관세를 단계적으로 완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불이 옮겨붙는 것을 늦춘’ 수준에 가깝다.

올해 4월부터 내년 4월까지 미국 내 조립차의 15%에 해당하는 부품은 관세가 면제되며 이후 10%로 줄어들지만, 그 외 부품에 대한 부담은 여전히 크다.

그러나 한국산 부품이 미·중 무역갈등으로 인해 막힌 중국산 부품의 대체재로 부상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산업연구원 김경유 연구위원은 “균일 관세가 중국산 부품에 적용될 경우 한국산이 미국 내에서 그 자리를 일부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1분기 ‘착시’ 호실적… 관세 현실화로 암운 짙어져

겉으로 보기엔 자동차 업계는 1분기에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며 호황을 맞이한 듯 보였다.

현대차와 기아는 사상 최대 매출을 경신했고 금호타이어와 넥센타이어, 현대모비스, HL만도 등 부품사들도 선전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실적이 미국 내 소비자들의 ‘사재기’ 수요에 따른 착시효과라고 진단한다.

현대차 미국 법인에 따르면 1분기 미국 판매량은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했다.

관세 인상 전에 미리 차량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2분기 이후의 실적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현지 재고가 소진되기 시작했고 가격 인상과 맞물려 판매량 감소가 가시화되고 있다.

부품 업계 역시 타격을 피할 수 없다. 이항구 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동차 부품 대미 수출만 고려해도 영업이익의 20%인 약 1조 5000억원이 감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관세 환급 등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현지 수요 위축과 공급망 차질은 불가피해 보인다.

현지 생산 확대와 전략 전환… 생존 위한 몸부림

이 같은 상황 속에서도 일부 기업들은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대표적인 대응 전략은 ‘현지 생산 확대’다.

한국타이어는 미국 테네시 공장의 생산 능력을 연간 1100만개로 두 배 이상 확대하겠다고 밝혔고 금호타이어도 조지아주 공장의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모비스와 HL만도 역시 미국 내 수요에 맞춘 생산설비 확장을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다. 그러나 원재료에 대한 관세 부담은 여전히 남아 있다.

완제품을 미국에서 만들어도 그 부품에 들어가는 원재료가 수입산이라면 관세의 영향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격랑 속 자동차 산업, 변화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까

미국의 자동차 부품 관세 부과는 한국 자동차 산업 전반에 대한 생존 시험대가 되고 있다. 1분기 실적이라는 착시 효과가 걷히며 산업 전반에 구조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명확해졌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희망의 조짐은 보인다. 한국 부품이 중국산을 대체할 가능성, 관세 완화 조치, 그리고 발 빠른 현지화 전략은 산업 전환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