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프리미엄 자동차의 상징 BMW가 대규모 구조조정의 칼을 뽑았다. 오는 10월부터 독일 내 사무·R&D 인력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해 2027년 말까지 최대 8000명을 줄이는 계획이다. 중국 판매가 단일 분기에 30% 넘게 추락한 충격이 ‘행동’을 강요했다.
4만 명에게 퇴직 제안…생산직은 제외
BMW의 독일 정규직은 약 8만 5000명이다. 이번 희망퇴직 제안을 받는 대상은 사무직·행정·연구개발(R&D) 등 비생산 직군 약 4만 명으로, 전체 독일 정규직의 절반 수준에 해당한다. 최종 감원 목표는 8000명이며 전 세계 임직원 약 15만 4000명의 5% 규모다.
주목할 점은 생산라인 근로자가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됐다는 사실이다. BMW 이사회와 독일 직원평의회(Works Council)가 약 6주간의 협상 끝에 합의한 이 방식은, 독일식 노사 협의 문화에 따라 강제 해고 대신 자발적 퇴직을 유도하는 구조다.
독일의 직원평의회는 대규모 구조조정 시 기업의 독단적 결정을 제어하는 핵심 기구로, 이번 합의로 BMW는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했다.
중국發 실적 쇼크…이익률 전망치 반 토막
구조조정의 직접적 방아쇠는 중국 실적 붕괴다. BMW 그룹의 2026년 2분기 중국 차량 인도량은 전년 동기 대비 30.2% 급락했고, 2026년 상반기 중국 누적 판매도 전년 대비 20.4% 감소한 261,773대에 그쳤다. 같은 기간 미국(+13.0%)과 유럽(+7.6%)이 성장세를 보인 것과 극명히 대비된다.
실적 쇼크는 수익성 지표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BMW는 2026년 6월 자동차 부문 영업이익률(EBIT 마진) 가이던스를 기존 4~6%에서 1~3%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일부 시장 매체는 “마진이 사실상 1% 수준까지 좁혀졌다”고 표현하며, 이 같은 수익성 압박이 반복적 구조조정의 근본 원인임을 지적한다. BMW 주가는 이 발표 이후 52주 최저가 부근까지 하락했다.
중국 판매 급락의 배경에는 복합적 요인이 얽혀 있다. 중국 부동산 침체로 인한 고소득층 소비 위축, BYD 등 현지 전기차 브랜드의 급속한 시장 잠식, 그리고 미국·EU의 관세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며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에 구조적으로 불리한 환경이 조성됐다.
생산은 지키고 본사를 줄인다…전략적 선택의 의미
이번 구조조정에서 BMW가 생산직을 보호하며 사무·간접 부문을 줄이는 선택을 한 것은, 중장기적으로 전기차 수요 회복을 염두에 둔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보인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R&D 인력이 희망퇴직 대상에 포함된 점은 잠재적 리스크로 꼽힌다. 소프트웨어·자율주행·전기차 플랫폼 경쟁이 치열한 시점에 기술 인력을 줄이면, 중국·미국 경쟁사와의 격차가 오히려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폭스바겐이 최대 10만 명 감원을 검토 중이고 메르세데스-벤츠도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가동 중인 상황에서, 독일 완성차 업계 전체가 같은 방향의 구조 재편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는 점도 업계의 위기 심도를 드러낸다.
BMW는 지금 체질을 바꾸느냐, 아니면 반복적인 위기에 빠지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10월부터 시작되는 희망퇴직의 실제 수용률, 그리고 중국 판매 반등 여부가 이 승부수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