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르노그룹의 프랑수아 프로보 회장이 약 10년 만에 한국을 찾아 한국 시장 재도약을 선언했다. 지난 3일 서울 서초구에서 열린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주최 간담회에서 그는 “한국을 포함한 유럽 외 지역으로 재시동을 걸 시기가 왔다”고 공언했다.
이는 르노그룹이 지난 3월 10일 발표한 중장기 전략 ‘퓨처레디(Future Ready)’의 연장선이다. 경쟁사들이 전기차에서 내연기관으로 회귀하는 분위기 속에서, 르노는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는 점에서 시장의 주목을 받는다.
유럽 벗어나 ‘글로벌 재편’…한국은 핵심 기지
퓨처레디는 2030년까지 연간 최소 200만 대 판매를 목표로 전동화와 라인업 확장을 핵심 축으로 삼는다. 유럽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인도·남미·한국 등 신흥 시장으로 성장 동력을 다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프로보 회장은 한국의 역할을 단순 생산기지 이상으로 규정했다. 그는 “르노코리아는 내수와 수출을 담당할 수 있는 제품 생산력을 갖춘 르노그룹의 핵심 기지”라고 강조했다. 특히 D·E 세그먼트에 특화된 부산공장은 필랑과 그랑 콜레오스 수준의 중대형 차량을 생산할 수 있는 유일한 거점으로 평가된다.
부산공장의 ‘혼류 생산’ 경쟁력…전동화 전환 가속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은 현재 하나의 생산 라인에서 최대 4개 플랫폼, 8개 차종을 동시에 생산할 수 있는 혼류 생산 체계를 갖추고 있다. 지난해 1월에는 국내 완성차 업계 최초로 내연기관 생산 라인을 전기차 조립까지 가능한 라인으로 전환했다.
르노그룹은 2030년까지 생산 차량의 50%를 순수 전기차, 나머지 50%를 하이브리드로 구성할 계획이다. 이미 그룹 차원에서 배정된 22개 신차 모델 중 16종이 순수 전기차다. 프로보 회장은 “전기차를 경험한 고객은 만족도가 높아 내연기관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며 전기차 집중 투자 기조를 분명히 했다.
LG에너지솔루션·지리차와 협력…’한국화 기술’로 인식 전환 도전
르노그룹은 2013년부터 LG에너지솔루션과 배터리 사업을 함께 해왔으며, 앞으로도 LG에너지솔루션을 핵심 전략 배터리 파트너로 유지할 방침이다. 포스코와는 강판을 넘어 다각도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지리자동차그룹은 르노코리아의 2대 주주이자 전략 파트너다. 르노와 지리는 2024년 파워트레인 합작사 ‘호스 파워트레인’을 공동 설립했다. ‘중국차’라는 인식 우려에 대해 프로보 회장은 “르노코리아는 한국화한 기술로 한국 시장의 수요에 꼭 맞는 차량을 만든다”고 일축했다.
그는 또한 르노코리아 중앙연구소를 R&D 허브로 육성할 뜻을 내비쳤다. “어떤 기술이든 세분화해 고객 가치에 부합하는 최적화된 기술로 전환하는 르노코리아의 독보적인 강점이 자율주행 차량 개발 방향성에 공헌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2011년부터 2016년까지 르노삼성 사장을 역임하며 한국 시장에 정통한 프로보 회장의 귀환은 상징성이 크다. 경쟁사들이 전기차 투자를 주춤하는 사이 르노가 한국을 글로벌 전동화 허브로 삼아 반격에 나선 것이다. 부산공장의 유연한 생산 역량과 LG에너지솔루션과의 장기 배터리 동맹이 이 전략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