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한국 수입 승용차 시장에서 테슬라 한 개 브랜드가 전체의 36%를 가져갔다. BMW·벤츠·아우디를 합쳐도 테슬라의 절반을 넘기지 못하는 수준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가 4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5월 수입 승용차 신규 등록은 2만 9860대로, 전년 동월 대비 5.9% 증가했다. 올해 1~5월 누적 등록은 14만 5973대로 전년 동기 대비 32.3% 늘었다. 수입차 시장이 외형적으로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한 브랜드로의 쏠림이라는 구조적 변화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테슬라, 4개월 연속 1위…모델 Y가 시장을 장악하다
테슬라는 5월 1만 866대를 등록하며 2월부터 4개월 연속 월간 판매 1위를 지켰다. 통산 9번째 월간 1위 기록이다. 올해 1~5월 누적 판매는 4만 5020대로, 전년 동기 대비 250.8% 급증했다. 같은 기간 전체 수입차 누적 점유율은 30.8%에 달한다.
모델별로는 테슬라 모델 Y 프리미엄이 7195대로 1위, 모델 Y L이 1513대로 2위를 차지했다. 3위는 BMW 520(1390대)이었다. 단일 차종 두 개 트림이 시장 상위 두 자리를 독점한 것으로, 모델 Y 트림 합산 물량이 8708대에 달한다. 2위 브랜드 BMW의 전체 판매(6555대)를 훌쩍 넘는 수치다.
3월 수입차 브랜드 최초로 월간 1만 대를 돌파한 테슬라는 4월 1만 3190대, 5월 1만 866대로 3개월 연속 ‘월 1만 대 클럽’을 유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테슬라의 누적 가격 인하와 충전 인프라 확대가 실구매 진입장벽을 낮춘 핵심 요인으로 분석한다.
전기+하이브리드 89%…디젤은 사실상 퇴장

5월 연료별 등록 구조를 보면, 전기차가 1만 4520대(48.6%), 하이브리드가 1만 2071대(40.4%)로 두 유형을 합치면 전체의 89.0%를 차지한다. 가솔린은 3092대(10.4%)에 그쳤고, 한때 수입 세단과 SUV의 주력 연료였던 디젤은 177대(0.6%)로 사실상 시장에서 사라진 수준이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수입차의 대명사였던 디젤 세단·SUV 구도는 완전히 무너졌다. 전기차 전환이 부담스러운 소비자들은 하이브리드라는 중간 단계로 이동하면서, 일본계(렉서스·토요타)와 유럽계 브랜드가 이 수요를 일부 흡수하고 있다. 5월 렉서스는 1291대, 토요타는 804대를 기록했다.
국가별로는 유럽산이 1만 5511대(51.9%)로 1위를 유지했으나, 미국산이 1만 1147대(37.3%)로 바짝 뒤를 쫓고 있다. 미국산의 대부분은 테슬라로, 실질적으로는 ‘테슬라 대 유럽’의 구도다. 중국(BYD)은 1032대(3.5%)로 집계됐다.
벤츠 RoF 쇼크, 독일 3사에 주는 경고
메르세데스-벤츠는 5월 3553대를 등록하는 데 그쳐, 전월 대비 26% 감소라는 눈에 띄는 하락을 기록했다. 가격 정찰제 방식인 ‘리테일 오브 더 퓨처(RoF)’ 판매 시스템으로 전환한 직후의 결과다. RoF는 기존 딜러의 가격 협상·할인 방식 대신 제조사가 온라인·직영 채널을 통해 가격을 통일·관리하는 에이전시 모델에 가까운 개념이다.
가격 투명성과 브랜드 통제력을 높인다는 취지이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할인 여지가 줄어드는 구조다. 테슬라가 공격적 가격 정책으로 시장을 흔드는 상황에서, 벤츠의 판매 감소는 독일 3사 전체에 ‘전동화 속도와 가격 경쟁력’이라는 이중 과제를 던지고 있다. BMW는 6555대로 2위를 지켰지만, 테슬라와의 격차는 4311대에 달한다.
한편 중국 BYD는 5월 1032대로 4월(2023대)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단기 물량과 프로모션 조정에 따른 변동으로 풀이되지만, 전기차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브랜드의 존재감이 시장에서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흐름은 변하지 않는다.
5월 수입 승용차 시장은 숫자 이상의 구조 변화를 담고 있다. 전기와 하이브리드가 판매의 89%를 채우고, 테슬라 단 하나의 브랜드가 전체의 3분의 1을 넘어서는 시장은 더 이상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무대’가 아니다. 벤츠의 RoF 실험이 장기적으로 판매 구조를 어떻게 재편할지, 그리고 BYD를 필두로 한 중국 브랜드가 한국 시장에서 얼마나 영토를 넓혀 나갈지가 하반기 수입차 시장의 핵심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