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그룹이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자사 공장에 2만5천 대 이상 투입하겠다는 구체적인 밑그림을 공개했다. 단순한 미래 비전이 아니다. 핵심 부품 내재화부터 규모의 경제 달성까지, 로봇 사업의 수익 방정식을 완성하겠다는 선전포고다.
공장이 먼저다… ‘규모의 경제’ 확보 전략
현대차그룹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에서 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로보틱스 전략 IR을 개최하고, 현대차·기아 생산 현장에 아틀라스를 2만5천 대 이상 도입하겠다고 공식 확인했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2028년까지 구축하겠다고 밝힌 연간 로봇 생산능력 3만 대의 약 83%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이 전략의 핵심은 ‘원가 곡선’을 빠르게 내리는 것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아틀라스의 양산 초기 대당 원가는 13만~14만 달러(약 2억 원) 수준이지만, 누적 생산량이 5만 대에 도달하면 3만 달러(약 4,300만 원)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기아의 내부 수요를 선제적으로 확보해 초기 고비용 구간을 그룹 내부에서 흡수하겠다는 계산이다.
기아 송호성 사장은 별도 IR에서 “첫 1~2년은 미국 공장에 대량 배치해 데이터를 축적하고 안전성을 확보할 것”이라며 “특정 공정에서 아틀라스 활용이 입증되면 전 세계 공장 레이아웃이 유사하기 때문에 글로벌 확장도 손쉽다”고 밝혔다. 미국 공장을 ‘글로벌 레퍼런스 사이트’로 활용한 뒤, 검증된 운영 모델을 복제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액추에이터 내재화… 원가의 60%를 직접 쥔다
현대차그룹은 아틀라스 핵심 부품인 액추에이터를 미국 현지에서 연간 35만 개 이상 직접 생산하겠다는 계획도 구체화했다. 액추에이터는 로봇의 관절 역할을 하는 구동 장치로, 모터·감속기·센서가 통합된 모듈이다. 휴머노이드 전체 제조 비용의 60%를 차지하는 부품이다.
생산·운영은 현대모비스가 담당할 것으로 관측되며, 2028년 가동을 목표로 한다. 신규 공장 신설인지 기존 라인 전환인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현대모비스는 액추에이터를 시작으로 휴머노이드용 센서, 제어기, 핸드 그리퍼(로봇 손) 등으로 부품 사업을 확장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이번 내재화 전략은 세 가지 효과를 동시에 노린다. 핵심 부품의 가격 통제력 확보, 미국 현지 생산 비중 강화를 통한 공급망 안정성 제고, 그리고 향후 외부 로봇 업체에 부품을 판매하는 새로운 수익 모델 구축이다.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로봇 부품 공급업체’로의 포지셔닝까지 노리는 포석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상장 초읽기?… 기업가치 수십 배 껑충
이번 IR에는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현대오토에버·보스턴 다이내믹스 등 6개 계열사가 총출동했다.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과 아만다 맥마스터 보스턴 다이내믹스 임시 CEO가 나란히 참석한 것도 이례적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행사가 보스턴 다이내믹스 상장(IPO)을 위한 사전 스토리텔링 작업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기업가치는 2021년 현대차그룹 인수 당시 약 11억 달러(약 1조2,500억 원)에서 현재 최소 수십 배 수준으로 뛰어올랐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다만 송호성 사장은 “IPO 시점이나 외부 자금 조달 여부를 내부적으로도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며 구체적인 상장 계획은 선을 그었다.
현대차그룹의 아틀라스 전략은 완성차 업체 중 가장 공격적인 휴머노이드 베팅으로 평가받는다. 내부 수요 2만5천 대 확보, 액추에이터 연 35만 개 현지 생산, 2028년 양산 체제 가동이라는 세 축이 맞물릴 때 비로소 ‘로봇 원가 3만 달러’라는 목표가 현실이 된다. 자동차를 만들던 공장이 로봇 산업의 핵심 무대로 탈바꿈하는 순간이 머지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