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전기차 시장이 역사적 이정표를 세웠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15일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가 100만대를 돌파했다고 21일 공식 발표했다. 4월 17일 기준 누적 등록 대수는 100만4,727대다.
더 주목할 만한 건 속도다. 올해 신규 등록 10만대를 넘어선 시점은 4월 14일로, 작년(7월 둘째 주)과 재작년(9월 둘째 주)보다 수개월 앞당겨졌다. 한때 우려했던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끝나고 보급에 속도가 붙은 신호로 읽힌다.
신차 5대 중 1대가 전기차… 비중 20% 첫 돌파
올해 3월 말 기준 전체 신차 41만5,746대 가운데 전기차는 8만3,533대로, 전기차 비중이 20.1%에 달했다. 이는 2022년 9.7%, 2024년 8.9%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2025년(13.0%)에서 불과 1년 만에 7%포인트 이상 수직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이 수치를 단순한 판매 증가 이상의 전환점으로 해석한다. 신차 시장에서 전기차 점유율 20%는 통상 ‘대중화 진입’의 기준선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2012년 887대로 시작한 한국 전기차 시장이 14년 만에 완전한 주류로 편입된 셈이다.
현대·기아 61% 장악, 테슬라 17%로 맹추격
브랜드별 누적 등록(4월 17일 기준)에서는 현대차가 33만1,684대(32.6%)로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기아가 29만335대(28.6%)로 뒤를 잇는다. 두 브랜드 합산 점유율은 61.2%로, 국내 전기차 시장의 압도적 강자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테슬라의 약진이다. 테슬라는 17만4,680대(17.2%)를 기록하며 3위를 차지했다. 차종별 누적 등록 1위는 테슬라 모델Y(11만4,472대)가 차지했으며, 현대 아이오닉5(10만315대) 현대 포터(9만4,411대), 기아 EV6(7만3,834대) 순이다.
내연기관 상용차 시장에서도 전기 화물차(포터·봉고)가 상위권을 석권한 점은 전기차 수요가 승용 세그먼트를 넘어 상용차 시장까지 확산됐음을 보여준다.
보조금 조기 소진 속출… 정부, 추경으로 긴급 대응
급증하는 수요로 상반기 전기차 보조금 지급 물량이 동난 지자체들이 속출하고 있다. 정부는 하반기 물량이 남은 지자체의 지급 공고 시기를 앞당기기로 했으며, 그 대상은 승용차 81개 지자체와 화물차 75개 지자체다.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승용차 2만대, 화물차 9,000대분의 구매 보조금을 추가 확보하며 긴급 대응에 나섰다.
이로써 올해 총 보조금 지급 물량은 승용차 28만대, 화물차 4만5,000대, 승합차 3,800대로 늘어났다. 정부는 또 하반기 물량이 남은 지자체의 공고 시기를 앞당기고, 예산 편성이 필요한 지자체에는 국비로 선 지급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번 급성장의 배경으로 중동 전쟁에 따른 고유가 상황, 신차 라인업 다양화와 제조사 간 가격 경쟁 심화, 정부의 적극적 보급 정책을 복합 요인으로 꼽았다. 업계에서는 현재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신규 등록이 30만대를 돌파하며 작년(22만919대)을 크게 웃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