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고체·ESS·AI”… K-배터리 3사, 인터배터리 2026서 ‘초격차’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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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시장의 일시적 수요 정체, 이른바 ‘캐즘(Chasm)’이 글로벌 배터리 산업을 흔드는 가운데 한국 배터리 3사가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2026년 3월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COEX)에서 개막한 ‘인터배터리 2026’에는 14개국 667개 기업이 5280개 부스를 채우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단순한 산업 전시회를 넘어 이번 행사는 에너지 안보와 공급망 재편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배경으로, K-배터리가 중국을 앞지를 수 있는 실질적 기술력을 세계에 입증하는 무대가 됐다.

삼성SDI, 전고체 배터리로 ‘피지컬 AI’ 시대 선도

이번 전시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곳은 참가업체 중 최대 규모 부스를 꾸린 삼성SDI였다. 삼성SDI는 ‘AI의 상상, 배터리가 현실로’라는 슬로건 아래 휴머노이드 로봇 등 피지컬 AI용 파우치형 전고체 배터리 샘플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삼성SDI, 인터배터리2026서 피지컬 AI용 전고체 배터리 첫 공개 | 연합뉴스 / 연합뉴스

공개된 제품은 ‘프리즘스택(PrismStack)’과 ‘솔리드스택(SolidStack)’ 두 가지 브랜드로, 각형의 안전성과 전고체의 고출력·고에너지 밀도를 동시에 구현한 설계가 특징이다. 삼성SDI가 미국에 등록한 각형 배터리 관련 특허는 약 1200건, 전고체 배터리 특허는 약 1100건으로 국내 기업 중 최다 수준이다.

데이터센터 전원용 UPS 배터리 ‘U8A1’도 주목받았다. LMO(리튬망간산화물) 소재를 적용한 각형 폼팩터 제품으로, 기존 대비 공간 효율을 33%까지 개선했다. AI 기반 ESS 화재 예방 소프트웨어 ‘삼성 배터리 인텔리전스(SBI)’는 국내외 1400여 개 ESS를 실시간 추적해 노화 속도와 출력 안정성까지 평가하며, 오는 10월부터 SBB 1.5 제품에 우선 탑재될 예정이다.

SK온·LG에너지솔루션, 안전과 차세대 기술로 정면 승부

SK온은 ‘차세대 에너지 시대를 열다’를 테마로 전기차 배터리 안전 기술을 전면에 내세웠다. 가장 이목을 끈 기술은 SK엔무브와 공동 개발한 ‘액침냉각 팩’이다. 절연 액체 속에 배터리 셀을 직접 담가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방식으로, 극저온과 고온 환경에서도 성능과 수명을 유지한다.

전기차 안전 책임지는 ‘액침 냉각’ 배터리 – 뉴스1 / 뉴스1

전시장에는 SK온과 제네시스가 협업한 GV60 마그마도 함께 전시됐다. 이 차량에는 니켈 함량을 88~90% 수준까지 높인 하이니켈 NCM 파우치형 배터리 셀이 탑재돼 고성능을 구현했다. CTP(Cell to Pack) 기술도 공개됐는데, 모듈을 생략해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열전이 차단 구조로 안전성을 확보한 점이 핵심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고체 배터리 분야에서 ‘투트랙’ 전략을 제시했다. 전기차 시장에는 기존 리튬이온 공정을 활용한 ‘흑연계 전고체’를, 휴머노이드 로봇과 UAM(도심항공교통) 시장에는 음극재를 없앤 ‘무음극계 전고체’를 2030년까지 우선 적용한다는 로드맵이다. ESS 부문에서는 ‘인터배터리 어워즈 2026’ 수상작인 LFP 기반 전력망용 ESS ‘JF2 DC LINK 5.0’을 선보였다.

캐즘을 넘어, ESS·AI로 성장축 재편

업계에서는 이번 전시를 단순한 기술 경연이 아닌 성장 전략의 전환점으로 평가한다. 전기차 시장이 10~20% 수준의 성장 정체를 겪는 동안, ESS 시장은 50~100%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 3사 모두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용 ESS를 새로운 수익원으로 집중 공략하는 배경이다.

삼성SDI는 편광필름 등 비핵심 사업 정리를 통해 6조~10조원대 현금 유입을 확보,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위한 설비 투자에 집중할 예정이다. 엄기천 한국배터리산업협회장은 “셀과 소재·부품·장비 기업이 하나가 돼 공급망 리스크를 K-배터리 원팀으로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배터리 2026은 K-배터리가 단순한 위기 방어가 아닌, 전고체·ESS·AI라는 세 축으로 차세대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전 세계에 천명한 자리였다. 2031년 유럽 배터리규정 시행에 따른 재활용 의무 강화까지 내다보면, 지금의 기술 투자가 한국 배터리 산업의 장기 경쟁력을 결정지을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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