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發 ‘에너지 쇼크’…세계은행 “올해 원자재 가격 16% 폭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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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석유 400만배럴 실은 아시아행 유조선, 호르무즈 통과"(종합) | 연합뉴스
이란 석유 400만배럴 실은 아시아행 유조선, 호르무즈 통과” / 연합뉴스

전쟁 한 번이 세계 경제의 가격 체계를 어떻게 뒤흔드는가. 세계은행(WB)은 28일(현지시간) 발표한 원자재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이란 전쟁으로 인해 올해 에너지 가격이 24% 폭등하고, 전체 원자재 가격은 16%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최고 수준의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평가된다. 이미 4월 중순 브렌트유 가격은 연초 대비 50% 이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올해 연간 기준으로는 지난해 배럴당 69달러에서 86달러로 급등할 것으로 예상됐다.

호르무즈 해협 ‘사상 최대’ 공급 충격

세계은행은 이번 충격의 진원지로 호르무즈 해협을 지목했다. 전 세계 해상 원유 무역의 약 35%를 담당하는 이 항로에서의 에너지 인프라 공격과 해운 차질이 사상 최대 규모의 원유 공급 충격을 유발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은 하루 1,000만 배럴이 감소했다. 세계은행은 가장 극심한 차질이 5월에 종료되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해상 운송이 올해 말까지 전쟁 전 수준으로 점차 회복된다는 가정 아래 이번 전망을 제시했다.

에너지→식량→인플레이션→금리, 4단계 충격 연쇄

인더미트 길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란 전쟁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3단계 메커니즘으로 설명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먼저 나타나고, 이어 식량 가격 상승, 마지막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란 전쟁발 유가 쇼크… 생산자물가 4년 만에 최고치 - 뉴스1
이란 전쟁발 유가 쇼크… 생산자물가 4년 만에 최고치 / 뉴스1

그는 “이는 금리 상승을 유발해 부채 상환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비료 가격은 요소 가격이 60% 급등하면서 올해 31%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으며, 세계식량계획(WFP)을 인용해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최대 4,500만 명이 추가로 극심한 식량 불안정 상태에 놓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IMF의 시나리오 분석에서도 기본 전망 기준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이 3.8%에서 4.4%로 상향됐으며, 호르무즈 해협 폐쇄가 장기화하는 부정적 시나리오에서는 5.4%, 공급 차질이 내년까지 지속되는 심각한 시나리오에서는 6%를 초과할 것으로 분석됐다.

귀금속·비철금속도 사상 최고치…재정 여력은 ‘바닥’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안전자산 수요를 자극하면서 귀금속 가격은 올해 42%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알루미늄·구리·주석 등 비철금속 역시 데이터센터, 전기차, 재생에너지 산업의 강력한 수요를 반영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세계은행은 내다봤다.

문제는 각국 정부의 대응 여력이 크게 줄었다는 점이다. 아이한 코세 세계은행 차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0년간 지속된 충격들로 인해 현재의 역사적 에너지 공급 위기에 대응할 재정적 여력이 급격히 줄었다”고 진단했다.

코세 이코노미스트는 정부들이 시장을 왜곡하고 재정 완충을 약화할 수 있는 광범위하고 비(非)표적적 재정 지원의 유혹을 견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신 가장 취약한 가구를 대상으로 한 신속하고 일시적인 지원에 집중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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