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빌라(연립·다세대) 전세시장이 심상치 않다. 한때 전세 기피의 상징이었던 빌라 전셋값이 2022년 대규모 전세사기 사태 직전 수준까지 되돌아오며, 무주택 서민의 주거 부담이 다시 커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3월 서울 빌라 전세가격지수는 100.57을 기록했다. 이는 2022년 11월(101.66) 이후 약 3년 4개월 만의 최고치로, 전세사기 사태가 본격 확산되기 직전인 2022년 12월(100.5)과 유사한 수준이다.
아파트 전세난이 비아파트 시장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024년 4월 3만 750건에서 현재 1만 5427건으로 49.9% 급감하면서, 밀려난 수요가 빌라 시장을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요는 넘치고, 공급은 말랐다
빌라 전세 수급 불균형도 빠르게 심화되고 있다. 서울 빌라 전세 수급지수는 지난해 6월 100.4에서 올해 3월 104.1까지 상승했다. 이 지수가 100을 넘으면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는 의미다.

공급 측면에서도 경고등이 켜졌다. 국토교통부 준공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준공된 연립·다세대·다가구 주택은 4858가구로 전년 대비 20.7% 줄었다. 한때 연간 3만 가구 이상 공급되던 물량이 2024년(6123가구)부터 1만 가구 아래로 떨어진 데 이어 지난해에는 낙폭이 더 커졌다.
서울의 땅값과 공사비 상승이 비아파트 사업성을 더욱 악화시키면서 신규 착공 자체가 줄어든 결과다.
월세 전환 가속, 전세 매물 더 줄어
전세 공급 감소는 ‘월세 전환’ 흐름과도 맞물려 있다. 올해 서울 빌라 월세 거래는 전체 전월세 거래(4만 3315건)의 62.6%를 차지했다. 전년 동기(59.5%) 대비 3.1%포인트 오른 수치다.
2023년 5월부터 강화된 보증보험 기준도 임대인의 월세 선호를 부추겼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기준이 공시가격의 150%에서 126%로 축소되면서, 전세 매물을 내놓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전세 매물이 줄수록 남은 전세는 더 비싸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수급 불균형 지속되면 서민 주거 부담 더 커진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현재의 흐름이 구조적 문제라고 진단한다. 박합수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토지 가격과 공사비 상승으로 빌라 사업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보증보험 기준까지 강화되면서 전세 대신 월세 전환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아파트와 오피스텔에 이어 빌라 공급 감소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수급 불균형이 지속되면 무주택자의 주거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