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기대’ 산산조각…미국, 이란 해상봉쇄 단행에 한국 산업계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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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해상봉쇄로 중동사태 장기화 조짐…산업계 위기 전면화하나 | 연합뉴스
美 해상봉쇄로 중동사태 장기화 조짐…산업계 위기 전면화하나 /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최종 결렬된 데 이어, 미국이 이란의 모든 항구에 대한 해상봉쇄를 전격 단행하면서 한국 산업계의 위기감이 최고조로 치솟고 있다. 한 달 반 넘게 이어진 중동 사태가 출구를 찾지 못한 채 오히려 긴장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미군은 한국시각 4월 13일 밤 11시를 기점으로 아라비아만과 오만만에 위치한 이란의 모든 항구를 드나드는 국적 불문 선박을 대상으로 봉쇄를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키스탄 종전협상에서 이란의 핵 프로그램 포기를 요구했으나 이란이 거부하면서, 협상 직후 즉각적인 봉쇄 조치가 이어진 것이다.

이란은 이번 조치를 휴전 위반으로 간주하고 대응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더불어 호르무즈 해협에는 부유식 기뢰가 배치된 상태로, 이란이 협상에 응하기 전까지 기뢰 정보를 제공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해협 항행 정상화는 더욱 요원해진 상황이다.

정유·석화, ‘4월 수입 절벽’ 넘어도 5월이 더 문제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70%에 달하는 국내 정유·석화업계는 사태 장기화에 따른 연쇄 가동 중단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는 대체 선적과 비축유 스와프 등을 통해 4월 물량 부족을 어느 정도 메울 수 있다고 보면서도, 5월 이후 물량 확보에 대해서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중동산 원유 비중이 70%에 달하는 상황에서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수입 다변화만으로는 100% 물량을 커버하기엔 역부족”이라고 우려했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나프타 가격이 전쟁 전보다 80%가량 오른 상황에서 중국까지 스폿 물량 확보에 뛰어들면 가격이 어디까지 오를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트럼프 '해상봉쇄'에 이란 "죽음의 소용돌이"…휴전 벼랑끝 - 뉴스1
트럼프 ‘해상봉쇄’에 이란 “죽음의 소용돌이”…휴전 벼랑끝 / 뉴스1

정부는 추경 예산에 8천691억원을 편성해 나프타 수입단가 차액 일부를 보전하기로 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를 일회성 지원에 불과하다고 평가하며, 사태 장기화에 대한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항공·해운, 비용 충격 ‘현재진행형’

항공업계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항공유는 항공사 전체 영업비용의 약 30%를 차지하는 핵심 변수다. S&P글로벌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아시아 항공유 가격은 갤런당 507달러로 휴전 직전의 548달러보다 낮아졌으나, 이번 해상봉쇄로 재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연간 예상 유류 소모량이 약 3천50만배럴로, 유가가 1달러 오를 때마다 약 450억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다. 시장에서는 현 수준의 유가가 연중 지속될 경우 연간 손실 규모가 수조원에 달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해운업계는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인 한국 선박 26척과 선원 173명의 안전 문제가 급선무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4월 10일 기준 1890.77로 전주 대비 1.93%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장기계약이 아닌 스폿 계약에 의존하는 중소 수출업체들은 운임 상승에 가장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어 피해가 더욱 클 것으로 우려된다.

전문가 “트럼프 봉쇄, 자충수 될 수도”

전문가들은 이번 미국의 봉쇄 조치가 오히려 미국 경제에도 부담을 가중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이 전쟁 중에도 이란산 원유 유통을 일정 부분 용인해온 것은 국제유가 급등을 억제하기 위한 고육책이었는데, 전면 봉쇄로 유가가 치솟으면 그 부담이 고스란히 미국에도 돌아온다는 논리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비축유 방출 없이 4~5월을 넘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으나, 업계에서는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는 만큼 향후 상황을 예단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석유 최고가격제 3주차를 맞아 정유사들이 원료비·수송비에서 손실을 보는 가운데, 수출 제한 조치까지 더해져 위험 회피 수단은 극히 제한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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