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7년 만에 달러·원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하면서 자동차 업계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수출 환산 매출이 증가하는 구조적 호재지만, 고환율 장기화 시 원자재 비용 급등과 내수 수요 위축이 동시에 덮칠 수 있다는 우려가 공존한다.
3월 24일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22.1원 내린 1495.2원을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협상 가능성 언급으로 지정학적 긴장이 일시 완화된 영향이다. 그러나 환율은 지난 19일(1501.0원), 20일(1500.6원), 21일(1517.3원) 등 3거래일 연속 1500원을 웃돌며 높은 변동성을 이어가고 있다.
환율 10원 움직이면 영업이익 최대 3000억 원 달라진다
자동차 업계는 대표적인 고환율 수혜 업종으로 꼽힌다. 해외 판매는 달러로 거래되고 실적은 원화로 집계되는 구조상, 환율이 오르면 환산 매출이 자동으로 늘어나는 방식이다.
증권가에서는 환율이 10원 변동할 때 현대차·기아의 영업이익이 약 2000억~3000억 원 움직이는 것으로 분석한다. 현대차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환율 5% 상승 시 세전이익은 약 1698억 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현대차는 올해 가이던스 기준 환율을 업계 추정치인 약 1370원 수준으로 책정했다. 현재 환율 1500원은 이 기준보다 약 4.6% 높은 수치다. 장문수 현대차증권 연구위원은 “현 환율 수준은 기존 가이던스 대비 1조~2조 원 추가 이익 반영 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충당금·원자재 비용…호재 뒤에 숨은 복병
고환율이 항상 호재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환율 상승 시 달러 기준으로 적립되는 판매보증 충당금이 함께 늘어나 비용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실제 지난해 4분기에는 충당금 증가로 완성차 업체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사례가 발생했다.
철강 등 원자재와 부품을 달러로 결제하는 구조상 고환율 장기화는 제조원가 상승으로 직결된다. 이를 차량 가격에 반영할 경우 내수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2000원을 넘을 경우 내연기관차 수요가 최대 10%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입차 업계 역시 환율 상승에 따른 차량 가격 인상 압박이 높아지면서 이중 부담에 직면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환율은 단기적으로 수출 기업 실적에 긍정적이지만, 장기화하면 비용 상승과 소비 둔화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고 전했다.
“장기화 시 기초체력 약화” 경고음 커진다
전문가들은 고환율 장기화 시나리오에 대해 경계감을 높이고 있다.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고환율 현상이 단기간에 그친다면 주력 수출 업종의 실적 개선 효과가 두드러질 것”이라면서도, “장기화할 경우 원자재 수입 대금 결제 부담과 외화부채가 많은 기업들의 기초체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대규모 투자 계획도 리스크로 지목된다. 환율이 높아질수록 달러 표시 투자 부담이 그만큼 커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최악의 경우 환율이 1550~1600원 수준까지 상승해 인플레이션 압력과 고금리가 동반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