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해 동안 한국 해역에서 나포된 중국 어선이 57척에 달했다. 2021년 이후 4년 만에 최고치다. 이 수치는 한·중 간 해양 분쟁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중국이 오는 5월 1일부터 전면 개정된 어업법을 시행한다. 12년여 만의 대대적인 손질로, 불법 조업에 대한 처벌 수위를 최대 20배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핵심이다. 한국 배타적경제수역(EEZ) 내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문제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12년 만의 전면 개정…조문 수 두 배 가까이 확대
이번 개정 어업법은 기존 6장 50개 조문에서 7장 90개 조문으로 대폭 늘었다. 중국은 국제사회의 불법·비보고·비규제(IUU) 어업 대응 흐름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개정에 나섰다. 특히 작년 4월 항만국조치협정(PSMA)에 가입하면서 그 내용을 국내법으로 수용한 것이 이번 개정의 직접적인 배경이다.
개정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처벌 강화다. ‘유령 선박’으로 불리는 무등록·무선적·무허가 ‘3무(無) 선박’에 대해 어획물과 위법 소득을 전액 몰수하고, 선박 가액의 최대 2배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무허가 조업의 경우 최대 200만 위안, 우리 돈 약 4억3천600만원의 벌금이 매겨진다.
어획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 추적·통제
이번 개정의 또 다른 특징은 어획물의 냉동·운송·가공·판매 전 과정에 걸친 이력 추적 의무화다. 불법 어획물이 합법적인 유통망에 섞여 들어오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어선의 위치정보와 통신 데이터 조작, 작업일지 허위 작성에 대해서도 별도 처벌 조항이 신설됐다.
항만 관리 역시 한층 엄격해진다. 외국 어선은 반드시 지정된 항구를 통해서만 입항해야 하며, 사전 신고와 검사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불법 조업 이력이 있는 선박은 입항 자체가 제한된다. 현장 단속 공무원이 조사와 처분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책임을 묻는 조항도 명문화해 집행력 강화를 꾀했다.
실효성 논란…이력 추적 완벽 구현이 관건
외교 소식통들은 이번 개정이 한국 EEZ 내 불법 조업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실효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인다. 어획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을 통제하는 구조를 도입한 만큼 일정 부분 효과는 기대되지만, 제도 강화와 실제 집행 사이의 간극이 여전히 변수라는 것이다.
특히 어획물 이력 추적제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소식통은 “불법 어획물 유통 차단을 위한 이력 추적제는 전 세계적으로도 완벽하게 구현된 사례가 없다”고 밝혔다. 한국 해양경찰청의 나포 실적을 보면, 2020년 18척으로 저점을 찍은 뒤 2021년 66척으로 급등했다가 이후 등락을 반복하며 작년 57척을 기록했다. 단순한 법 개정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중국의 어업법 전면 개정은 분명 의미 있는 진전이다. 벌금 상한을 20배 높이고 유통 전 과정을 추적하는 체계를 법제화한 것은 국제사회의 IUU 어업 대응 흐름에 부합한다. 그러나 법 조문이 현장 단속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중국 당국의 실질적인 집행 의지와 이력 추적 시스템의 완성도가 핵심 열쇠가 될 것이다. 한국으로서는 제도 변화를 주시하면서 해양경찰의 독자적인 단속 역량도 함께 강화해나가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