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LNG 생산시설이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이란이 이스라엘의 자국 가스전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지난 18~19일(현지시간) 카타르 라스라판 단지를 타격하면서, 글로벌 LNG 공급망에 비상이 걸렸다.
카타르에너지(QE)는 이번 피격으로 LNG 수출 용량의 17%가 손상됐으며 복구에 3~5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QE 최고경영자(CEO)는 한국·중국·이탈리아·벨기에로 향하는 LNG 장기 공급 계약에 대해 최장 5년간의 불가항력을 선언할 수도 있다고 밝혀, 국내 LNG 도입 차질 우려가 커졌다.
카타르는 세계 LNG 공급량의 약 20%를 차지하는 핵심 생산국이다. 이번 사태의 파장이 단순한 수급 문제를 넘어 에너지 가격 전반을 뒤흔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LNG 가격, 한 달새 88% 폭등…시장 구조도 뒤집힐 판
시장은 이미 반응하기 시작했다. LNG 가격은 지난 2월 27일 1MMBtu당 10.725달러에서 3월 18일 20.175달러로 약 88% 급등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카타르와 미국 등이 LNG 공급시설을 크게 확대하면서 내년 이후 LNG 시장은 바이어(구매자) 위주 시장으로 예상됐는데, 세계 LNG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카타르가 불가항력을 선언하면 대체 물량 확보 경쟁이 벌어져 셀러(판매자) 위주 시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공급자 우위에서 수요자 우위로 시장 지형이 불과 수주 만에 역전될 수 있다는 경고다.
한국, 14.9% 의존…그래도 당장은 버틴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카타르로부터 697만t의 LNG를 수입했으며, 이는 전체 LNG 수입(4천672만t)의 14.9%에 해당한다. 호주(31.4%), 말레이시아(16.1%)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공급원이다.
다만 카타르 의존도는 이미 빠르게 낮아지는 추세다. 2016년 35.5%에 달했던 비중은 수입선 다변화 정책에 따라 지속적으로 하락했고, 올해 말 210만t 규모의 장기계약이 종료되면 내년부터는 수입량이 약 400만t(전체의 8% 수준)으로 줄어든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란 전쟁 발발 직후부터 카타르 LNG가 ‘0’이 되는 상황을 가정한 컨틴전시 플랜을 수립했으며, 올해 말까지 쓸 수 있는 물량은 충분히 확보했다”고 밝혔다. 현재 한국의 가스 비축량은 의무 기준인 9일분을 초과한 상태다.
진짜 불안은 ‘가격’…한전·가스공사 부채 뇌관 되나
에너지 업계는 단기 수급보다 가격 상승 압력에 주목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LNG 가격이 오르면 가정용 도시가스 요금과 발전 시장 원가 상승 압력이 커질 것”이라며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요금 동결 기조를 유지하면 한국전력과 가스공사의 부채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LNG 공정 부산물인 헬륨·나프타·무수암모니아 등의 수급도 타격을 받아 반도체·석유화학·비료 등 전방 산업으로 연쇄 영향이 확산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QE가 실제로 5년간 불가항력을 선언할 경우 손실액이 100조원에 육박해 현실적으로 실행 가능성이 낮다는 시각도 있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전쟁 후 시설 복구가 진행된다면 실제 수급 차질 기간이 크게 단축될 수 있다는 전망도 함께 제시한다. 정부는 연말 종료 계약의 대체 공급선 확보와 3~5년 단기 물량 확보를 투트랙으로 병행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