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유 기준 국제유가가 전쟁 이전 배럴당 72달러에서 지난 6일 103달러까지 치솟았다. 미국·이란 전쟁 개전 이후 불과 수일 만에 40% 이상 급등한 것이다.
산업연구원은 16일 발표한 ‘미국·이란 전쟁의 리스크 확산과 한국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이번 사태가 한국 제조업 전반의 생산비 상승과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한국 에너지 공급망 직접 위협
이번 전쟁에서 이란은 이른바 ‘에너지 인질’ 전략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 상태로 몰아넣었다.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7~33%가 통과하는 이 해협이 막히면서 이라크는 수출길이 끊겨 감산에 돌입했고, IEA(국제에너지기구)는 사상 최대 규모인 4억 배럴의 비축유 방출을 결정했으나 공급 불안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에 이 상황은 특히 치명적이다. 국내 원유 수입의 약 70%가 중동산이며, 대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경유하기 때문이다. 해협의 불안정이 곧바로 한국의 에너지 공급 불안과 원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석유제품 생산비 6.3% 급증…화학·고무도 직격
산업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국내 제조업 전체의 생산비는 평균 0.71% 증가한다. 그러나 산업별 격차는 매우 크다.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곳은 석유제품 산업으로, 생산비 증가율이 6.3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원유를 핵심 원료로 직접 사용하는 산업 구조에서 비롯된다. 화학제품 산업은 1.59%, 고무·플라스틱 산업은 0.46%의 생산비 증가가 각각 예상되는 등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업종 전반이 영향권에 들었다.
다만 한국 전체 수출에서 중동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3%에 불과해 직접적인 무역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운송비 상승, 납기 지연, 공급망 교란 등 간접 영향은 불가피하다는 게 보고서의 판단이다.
스태그플레이션 경고…연준 금리 인하도 제약
전문가들은 고유가 장기화 시나리오에서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투자은행 번스타인은 극단적 장기화 시 브렌트유가 배럴당 120~1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으며,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넘을 경우 글로벌 물가상승률이 0.6~0.7%포인트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물가 압력 상승은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친다. 시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올해 금리 인하 기대가 이미 축소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금리 인하 지연은 달러 강세와 신흥국 자금 유출로 이어져 한국 원화 환율과 자본시장에도 추가 부담이 될 수 있다.
홍성욱 산업연구원 산업경제데이터분석실장은 “국제유가 상승 장기화에 따른 제조업 비용 증가와 물가 상승 압력 확대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산업별 에너지 의존도와 공급망 구조를 고려한 맞춤형 산업 대응 및 기업 지원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