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부동산 시장의 ‘최강자’로 꼽히던 강남3구가 가격 하락 전환과 함께 급매물 증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 압박이 본격화되면서 상급지를 중심으로 매물이 쌓이고 있지만, 매수자와 매도자 간 치열한 눈치 싸움으로 실제 거래는 극히 드문 ‘교착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5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3월 첫째 주(2일 기준) 서울에서 송파구(-0.09%), 강남구(-0.07%), 용산구(-0.05%), 서초구(-0.01%)의 아파트값이 하락했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래미안포레스트 인근에서는 전용 84㎡ 호가가 33억원까지 떨어져, 1월 역대 최고가 36억원 대비 3억원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 동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구)의 매매수급지수는 기준선(100)을 밑도는 99.6을 기록했다. 이는 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음을 의미하며, 작년 2월 첫째 주(98.7) 이후 1년여 만에 기준선을 하회한 것이다. 당시는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부동산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매수 심리가 위축됐던 시기다.
서울 25개 구 전역 매물 증가… ‘한강벨트’까지 확산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지난 한 주 동안 서울 25개 구의 매물이 모두 증가했다. 강동구(8.5%) 증가율이 가장 높았으며, 이어 성동구(8.4%), 동대문구(7.3%), 마포구(7.2%), 동작구(6.8%), 송파구(6.7%) 순이었다.
강남3구와 인접 지역뿐 아니라 마포구, 성동구 등 지난해 가격이 크게 오른 ‘한강벨트’ 지역으로도 매물이 쌓이고 있다. 반면 서울에서 직전주 대비 아파트값이 오른 지역은 양천구(0.20%), 중구(0.17%), 중랑구(0.08%), 도봉구(0.06%) 등 4곳에 그쳤다.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5주 연속(0.31%→0.27%→0.22%→0.15%→0.11%→0.09%) 둔화하며 보합 기조에 진입했다.
이 같은 현상은 정부가 다주택자뿐 아니라 ‘투기성 1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제 방안까지 검토하면서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작년 10·15 대책 이후 서울 25개 구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이 규제지역 및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상급지 보유자들의 매물 출회 압박이 커진 영향이다.
“급매물은 나오는데 입질 없다”… 3월 말까지 눈치 싸움
매도 희망자는 가능한 한 가격을 적게 내리는 수준으로 호가를 매겨 수요자들의 반응을 살피고, 매수 수요자들은 지금보다 가격이 더 내려갈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관망하는 교착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한 공인중개업체 대표는 “급매물은 조금씩 나오는데 입질은 없다”며 “매수자와 매도자 간 눈치 싸움이 지속되는 상황이라 3월 말은 돼야 거래가 조금씩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의 공인중개사도 “매도자와 매수자가 눈치를 보고 있어 계약이 체결되지 않는다”며 “3월 하순은 돼야 하나둘 계약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5월 9일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앞두고 급매물 쏟아질 듯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달 말에서 다음 달 초가 다주택자들이 내놓는 급매물 거래의 분수령이 될 시점으로 전망하고 있다. 5월 9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 종료일이 다가오면서 급매물 출회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남혁우 부동산연구원은 “서울 강남3구와 용산구에서 시작된 가격 조정 흐름이 서울 전역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라며 “3월 말에서 4월 초에 추가 급매물이 출회할 가능성이 커 서울의 아파트 가격 지표가 하락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성대 경제부동산학과 권대중 석좌교수는 “5월 9일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 종료일이 다가올수록 급매물이 늘고 가격이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며 “토지거래 허가에 통상 2주일 정도가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이달 말에서 내달 초에 가격이 조정된 급매물이 쏟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