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2026년 3월 9일부터 11일간 실시하는 연합연습 ‘자유의 방패(FS)’를 공식 발표했지만, 핵심 구성요소인 야외기동훈련(FTX)의 규모와 횟수는 여전히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약 18,000명이 참가하는 이번 훈련은 지휘소연습(CPX)과 야외기동훈련을 연계해 실시하는 전구급 연합훈련이지만, 통상 발표 시점에 공개되던 FTX 실시 횟수가 이례적으로 미공개됐다. 2025년 3월 발표 당시 전년 대비 6건 증가한 16건을 계획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한미 당국은 “이견은 없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연합연습 일정을 공식 발표하는 시점까지 세부 내용을 확정하지 못한 것은 이례적인 상황이다. 주한미군 공보실장은 “복잡한 연합연습은 다양한 범위나 구조와 관련해 다양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지만, 최근 한미 간 포착되는 갈등 신호들을 고려하면 물밑 조율이 순탄치 않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연이은 소통 미스, 신뢰 균열 신호
가장 최근 사례는 2월 25일 불거진 서해 훈련 관련 입장 충돌이다. 주한미공군이 2월 18일 진행한 서해 단독 훈련 중 중국과 대치 상황이 발생했고, 국방부는 “주한미군사령관이 우리 측에 사과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주한미군이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한미 간 ‘소통 미스’가 공개적으로 드러났다. 동맹국 간 훈련 관련 입장이 엇갈리는 것은 대외적으로 동맹의 불안정성을 부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안보 위협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재명 정부가 9·19 남북군사합의를 선제적으로 복원하려는 방침에 대해서도 미국 측은 대북 감시·정찰 능력 약화를 우려하며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 정부는 ‘실용외교’ 기조 아래 한반도 긴장을 관리하며 중국·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지만, 미국은 변경된 국방전략(NDS)을 통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대중 견제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같은 사안을 두고도 전략적 우선순위가 다른 한미의 입장이 연합연습 준비 과정에서 ‘이견’으로 표출됐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전략적 우선순위의 근본적 차이
이번 조율 지연의 핵심은 한반도 긴장 관리를 둘러싼 한미의 전략적 이해관계 차이다. 이재명 정부는 긴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며 외교적 공간을 확보한다는 구상 아래, 한반도 일대에서의 긴장을 높이지 않으려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북한 군사 밀착과 중국과의 전략 경쟁이라는 대외 환경 속에서 한미일 3각 공조를 토대로 역내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국방 전문가들은 “한미는 동맹국이지만 결국 서로 다른 국가인 이상 전략적 이해가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면서도 “문제는 그 차이가 대립적으로 표출되면서 북한과 중국의 ‘오판’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UFS(을지프리덤실드) 당시에도 야외기동훈련 40여 개 중 절반을 9월로 분산 실시한 사례가 있어, 현 정부의 훈련 축소 기조가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작권 전환·북미 대화에 미칠 파장
한미 간 군사적 이견이 장기화될 경우 가장 큰 타격을 받을 분야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이다. 현재 한미연합사령부가 행사 중인 전작권은 최초작전운용능력(IOC), 완전운용능력(FOC), 완전임무수행능력(FMC) 등 3단계 평가·검증을 거쳐 한국군으로 전환될 예정인데, 한국은 올해 내 2단계 검증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미국과 군사적 문제로 갈등하는 상황이 이어지면 전작권 전환 속도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3~4월 불거질 수 있는 북미 고위급 대화와 정부가 추진하는 비무장지대(DMZ)의 평화적 이용 구상 역시 단단한 한미 공조를 전제로 한다. 한미 동맹의 신뢰도가 흔들리면 북한과의 협상에서도 한국의 입지가 약화될 수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동맹 간 이견 자체는 자연스러운 소통 과정이지만, 이를 대외적으로 노출하며 여론전을 벌이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크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차분하고 신속한 물밑 조율”이라고 강조했다.
한미 양국이 3월 3~6일 실시하는 사전 위기관리연습(CMX)을 거쳐 9일부터 본격적인 FS 훈련에 돌입하는 만큼, 남은 기간 동안 FTX 세부사항에 대한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야외기동훈련 규모와 횟수를 둘러싼 조율 과정은 단순히 훈련 일정의 문제가 아니라, 한반도를 둘러싼 한미의 전략적 비전 차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