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주택자 투자 레버리지 규제를 전방위로 확대하는 동시에, 임대시장의 공급 주도권을 민간에서 공공으로 이전하는 ‘구조 개편’ 수순에 본격 돌입했다. 단순히 신규 대출을 차단하는 수준을 넘어 기존 대출을 활용한 ‘버티기 전략’까지 관리 대상에 포함시키면서, 시장 구조 자체를 바꾸려는 의도가 명확해지고 있다.
2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비거주 목적 다주택 보유자에 대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대출 만기 구조를 차등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히 지난 3년간 130% 급증해 36조 4,686억원에 달하는 다주택자 대출의 만기 연장을 원칙적으로 불허하는 방안이 핵심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0일 “기존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 연장이나 대환 대출도 신규 구입 규제와 동일해야 공평하다”며 정책 방향을 직접 제시했다.
임대사업자 대출은 통상 3~5년 만기로 실행된 뒤 1년 단위로 연장되는 구조다. 만기 관리가 본격화되면 자금 부담이 급증해 일부 다주택자의 매물 출회 압력이 커질 수 있다. 다만 서울에서만 27만 8,886가구를 공급하는 임대사업자의 급격한 이탈은 전월세 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공공임대 ‘양·질’ 동시 공략…중산층 타깃 재건축
정부는 이 같은 민간 공급 공백을 공공임대 확대로 메우겠다는 전략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주택임대는 주거 문제의 국가적 중대성과 공공성을 고려해 가급적 공공이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정책 축 이동을 분명히 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투자 목적 레버리지를 축소한다면 그 공백을 무엇으로 대체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한 1,275개 단지 중 준공 후 30년 이상 경과한 119개 단지(13만 8,932가구)를 재정비해 전용면적 55㎡와 84㎡ 중심의 중형 임대주택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수도권에 위치한 노후 임대 4만 6,637가구가 우선 대상이다. 저소득층 중심 공급 구조에서 벗어나 중산층도 선택할 수 있는 주거 모델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역세권에 임대주택을 더 많이 공급하겠다는 방향은 분명하다”며 “소득·자산 기준을 지역 여건과 주택시장 상황을 반영해 보다 유연하게 운영하는 방안이 거론된다”고 설명했다.
준공공임대 제도 개편…”공공성 강화+인센티브 병행”
공공임대 확대와 함께 민간 임대사업자 제도도 손질된다. 정부는 일정 가구 수 이상의 다주택자에게 사업자 등록을 의무화하고 임대 의무 기간을 현행 10년 이상에서 추가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연 5% 이내 임대료 인상 제한 등 공공적 규제를 강화하되, 초고가 주택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투기 성격이 강한 과도한 보유자에 대해서는 기존 규제를 유지하는 투트랙 전략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준공공 임대는 사실상 민간이 공급하는 주택”이라며 “임대사업자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질하고, 대신 일정 부분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레짐 전환”…시장은 공급 축소 우려
김용범 정책실장은 이번 정책을 “투자 목적 레버리지를 점진적으로 축소하겠다는 레짐(체제) 전환”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가격을 직접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기대 구조를 재편하는 일”이라며 “전환은 점진적이어야 하지만 방향은 선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급격한 규제가 임대 공급 축소로 이어질 경우 전월세 시장 불안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구체적인 대상이나 방법, 시기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은행 현장에서는 대출 연장 문의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세입자 보호를 위해 단계적 상환이나 조건부 연장 등 예외 규정을 병행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