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최근 5년간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을 총 6차례나 점검·검사했지만, 60조원대 ‘유령 코인’ 사태를 막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규제 실패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2월 6일 발생한 이번 사태는 695명에게 1인당 2,000 비트코인씩, 총 62만개(약 60조원)가 오지급되는 초유의 사고였다.
12일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금융위는 2022년 1회, 2025년 2회 등 총 3차례 빗썸을 점검했다. 금감원 역시 같은 기간 수시검사 2회와 점검 1회를 실시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검사에서 실무자 1명의 클릭만으로 대량의 코인 지급이 가능한 전산 시스템 허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형식적 점검에 그친 금융당국
이번 사태의 핵심은 거래소 내부 장부에만 기록되는 ‘장부거래(Off-Chain)’ 시스템의 구조적 취약성이다. 빗썸은 랜덤박스 이벤트에서 고객에게 2,000원을 지급하려다 실수로 2,000 비트코인을 지급했는데, 보유잔고와 장부 수량이 연동되지 않는 시스템상 허점 때문에 거래소가 실제로 보유한 비트코인보다 훨씬 초과된 규모의 거래가 가능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강민국 의원은 긴급현안질의에서 “빗썸 오지급 사고는 단순한 전산 사고를 넘어 금융당국의 안일한 관리·감독과 규제 부재 등 가상자산 시장이 안고 있는 구조적 한계와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준 사태”라고 지적했다.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도 “금융당국이 형식적인 점검과 권고를 해온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제기하며 당국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했다.
회전문 인사와 검사 신뢰성 논란
금감원 출신의 빗썸 재취업 현황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강 의원실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이후 가상자산거래소로 이직한 금감원 출신은 총 16명이며, 이 중 7명이 빗썸에 재취업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재취업자의 약 44%가 빗썸으로 간 셈이다.
강 의원은 “검사 신뢰성과 관련해 국민들이 오해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디지털자산 전문가인 최화인 초이스뮤온오프 대표는 “빗썸 사고는 단순한 직원의 휴먼 에러를 넘어 코인거래소 시스템 자체가 붕괴된 사건”이라며 자산 지급 프로세스 전반의 재구조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확대되는 소비자 피해와 규제 공백
사고 당시 비트코인 시세 급락으로 인한 강제청산은 비트코인만 30건(5억원 수준), 관련 코인 전체로는 64건에 달했다. 현재까지 회수되지 않은 자산은 약 130억원 규모이며, 이 중 30억원은 이미 인출 또는 현금화된 상태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규제 강화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는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율을 15~20% 수준으로 제한하는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특정 대주주에게 권한이 집중된 지배구조가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는 판단에서다.
다만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고는 개별 거래소의 내부통제 문제일 뿐, 대주주 지분 구조와 직접 연결 짓는 건 무리가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빗썸이 민사상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통해 미회수 자산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하지만, 가상자산이 법정화폐와 동일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해 형사처벌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