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항공부대의 AH-1S 코브라 헬기가 비상절차훈련 중 추락해 조종사 2명이 숨지면서, 노후 항공전력의 안전성 논란이 재점화됐다.
2026년 2월 9일 오전 11시 4분 경기도 가평군 조종면 하천에서 발생한 이번 사고는 퇴역을 불과 2년 앞둔 기종에서 발생해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육군은 사고 직후 동일 기종에 대한 전면 운항 중지 조치를 내렸으며, 10일 보통전공사상 심사위원회를 열어 희생자들의 순직을 결정했다.
1970년대 도입된 코브라는 50년 가까이 한국군 공격헬기의 중추를 담당해왔지만, 기체 노후화로 인해 2028년부터 단계적 퇴역이 예정돼 있었다. 이번 사고는 “마지막 비행”을 앞둔 노병이 남긴 비극으로, 군 항공안전 체계 전반에 대한 재점검을 촉발할 것으로 보인다. 사고 당시 50대 주조종사와 30대 부조종사는 엔진을 켠 상태에서 불규칙 상황을 시뮬레이션하는 고난도 훈련을 수행 중이었으며, 두 사람 모두 심폐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 이송 후 사망했다.
2028년 퇴역 앞둔 노후 기종, 안전성 구멍 드러나
AH-1S 코브라는 육군이 보유한 공격헬기 중 가장 오래된 기종이다. 1970년대 첫 도입 이후 약 50년간 운용되면서 각종 정비·개량을 거쳤지만, 기본 설계 자체가 반세기 전 기술에 기반하고 있어 구조적 한계가 지적돼 왔다. 육군은 이를 대체하기 위해 2015년부터 2023년까지 경공격헬기(LAH)를 자체 개발했으며, 2028년부터 코브라를 순차 퇴역시켜 2031년 완전 교체할 계획이었다.
문제는 퇴역까지 남은 2년간의 안전 관리다. 육군 대변인은 “기체 노후화와 인적 요인 중 어느 것이 사고 원인인지 단정하기 어렵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지만, 국방 전문가들은 “50년 운용 기종의 피로도 누적은 명백한 위험 요소”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전면 운항 중지 조치는 기체 자체에 대한 의구심이 상당함을 방증한다. 육군 항공사령관 대리를 중심으로 구성된 중앙사고조사위원회가 블랙박스 분석과 기체 잔해 검증에 나섰지만, 명확한 원인 규명에는 수주가 걸릴 전망이다.
비상절차훈련의 역설…고위험 임무 중 발생한 참사
이번 사고가 “비상절차훈련” 중 발생했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비상절차훈련은 엔진 고장이나 기상 악화 등 돌발 상황에 대비하는 필수 과정으로, 실제 비상 시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훈련이다. 그러나 엔진을 가동한 채 저고도에서 불규칙 기동을 반복하는 이 훈련은 그 자체로 높은 위험도를 내포한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사고 당시 헬기는 하천 상공에서 비상 착륙 절차 훈련을 수행 중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고난도 기동은 조종사의 숙련도와 기체 상태가 모두 정상이어야 성공할 수 있다. 50대 주조종사와 30대 부조종사 모두 준위 계급으로 알려졌다는 점에서, 단순 조종 미숙보다는 기체 결함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항공전력 공백 우려…LAH 배치 일정 앞당겨질까
AH-1S 전면 운항 중지로 육군은 즉각적인 공격헬기 전력 공백에 직면했다. 코브라는 대전차 임무와 근접항공지원을 담당하는 핵심 전력으로, AH-1S 전 기종이 운용 중이었다. 운항 중지 기간이 길어질 경우 작전 계획 전반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국방부는 “안전 점검이 완료되는 대로 단계적 운항 재개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LAH 배치 일정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LAH는 2023년 개발을 완료했지만, 코브라 대체가 2028년부터 시작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코브라의 신뢰도가 추락한 상황에서 조기 전력화 압박이 거세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퇴역 일정 자체를 1년 이상 앞당겨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번 사고는 단순 항공 사고를 넘어 한국군 전력 구조의 세대교체 시점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50년 노병의 마지막 비행이 남긴 교훈은 무겁다. 육군은 12일 오전 8시 30분 국군수도병원에서 육군참모총장 주관으로 영결식을 거행하며 순직자들을 예우한다. 국방부는 사고 원인 규명과 함께 노후 항공전력 전반에 대한 전수 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