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행사로 자리 잡은 희망퇴직,
업종 가리지 않는다
“희망퇴직이 특별한 일이었나요? 요즘은 다들 하는 것 같던데요.”
대기업, 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희망퇴직이 연중행사처럼 진행되고 있다.
1년에 두 번씩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곳이 늘었고, 대규모 임원 감축과 구조조정은 더 이상 뉴스거리도 아니다.
유통업, 제조업, 금융권 등 다양한 업종에서 희망퇴직이 일상화되고 있다. 특히 실적 부진에 허덕이는 롯데그룹과 이마트는 올해 들어 두 차례나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롯데면세점, 세븐일레븐, 롯데호텔앤리조트 등은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해 경영 효율화를 꾀했고, 롯데그룹 전체 임원의 22%를 퇴임시키는 과감한 인사도 단행했다.
제조업에서도 구조조정의 칼날이 매섭다. SK온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일시적 정체 속에서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고, SK그룹 전반에 걸쳐 대규모 인력 감축과 사업 구조 재편이 이뤄지고 있다.
KT는 인공지능(AI)과 정보통신기술(ICT) 중심의 회사로 변모를 꾀하며 본사에서만 2800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유통업계, 외부 경쟁과 내수 부진의 이중고

유통업계는 특히 희망퇴직 러시의 중심에 있다. 중국의 알리바바, 테무, 쉬인 같은 글로벌 기업들의 공세와 쿠팡 등 국내 경쟁사의 압박은 이들 기업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었다.
롯데온과 이마트는 올해 연달아 희망퇴직 신청을 받으며 인력 구조조정에 나섰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지금 상태라면 2차, 3차 희망퇴직이 이어지는 회사가 많아질 것”이라며 내년 상황을 우려했다.
대기업은 위로금 지급과 재취업 교육 프로그램 등을 통해 직원들의 불안을 덜어주려 노력하지만, 중소기업의 상황은 훨씬 심각하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본부장은 “내수 부진이 계속되면서 소규모 사업장은 사실상 ‘나 홀로 사업장’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직면한 어려움을 전했다.
희망퇴직이 아니라 아예 폐업과 대규모 해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희망퇴직을 바라보는 직원들의 시각도 점차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퇴사가 곧 실패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이를 새로운 기회로 받아들이는 경향도 늘었다.
희망퇴직이 기업과 직원 모두에게 긍정적인 기회가 되려면, 고용시장 전반의 유연성과 함께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가 창출되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전문직 제도 강화와 인력 관리 시스템 개선 등을 통해 희망퇴직이 단순한 구조조정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기업들의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