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만 믿었는데”… 서울 집 팔고 온 사람들 ‘패닉’, 반토막 난 ‘이 동네’ 어쩌나

“국회는 언제 진짜 이사 오나요?”
세종시 집값, 기대감 빠지며 ‘시들’
‘행정수도 완성’의 불확실성

한때 ‘천도론’ 바람을 타고 불같이 뜨거웠던 세종시 아파트 시장이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대통령 선거를 전후해 급등했던 집값이 최근 들어 뚝 떨어지며 ‘매수 실종’ 사태를 빚고 있다.

불과 몇 달 전엔 ‘없어서 못 팔았는데’…

올해 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세종시는 전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부동산 시장이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국회 완전 이전이라는 굵직한 공약들이 쏟아지면서다.

이러한 기대감은 투자 열풍으로 이어졌다. “앞으로 세종이 진짜 수도가 된다”는 분위기 속에 다른 지역 투자자들까지 몰려들었다.

그 결과, 지난 4월 세종시 아파트 가격은 한 주 만에 0.49%나 급등하며 전국 최고 상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불과 몇 달 만에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뜨겁던 열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찬바람만 불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넷째 주 세종시 아파트 매매가격은 오히려 0.09% 하락했다.

집을 팔겠다는 사람은 크게 늘어 10월 말 기준 8,257건의 매물이 쌓였지만, 사겠다는 사람은 절반 넘게 줄었다. 4월 1,376건이던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달 576건으로 급감했다.

실제 거래 가격도 뚝 떨어졌다. 도담동의 한 아파트는 직전 거래보다 5500만 원이나 싸게 팔렸고, 어진동의 한 아파트는 지난 5월 최고가 대비 1억 1천만 원이나 하락한 가격에 거래가 이루어졌다.

한 현지 공인중개사는 “연초에는 외지에서도 집을 사겠다는 문의가 많았는데, 지금은 실수요자든 투자자든 찾는 발길이 뚝 끊겼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래서 언제 옮기는데?”…커지는 불확실성

세종시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냉각된 가장 큰 이유는 정부의 ‘행정수도 완성’ 계획이 뚜렷한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는 2030년까지 대통령 세종집무실을 완공하고,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국회 세종의사당은 2033년 개원을 목표로 일부 상임위원회와 국회도서관 등을 옮기는 분원 형태로 계획되어 있다.

하지만 국회의 완전 이전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되고 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는 이 ‘사회적 합의’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언제쯤 가시적인 계획이 나올 것인지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이처럼 정부의 계획이 명확하지 않자, 당초 기대를 걸었던 투자자들과 주민들의 실망감이 커지면서 시장이 얼어붙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구체적이고 확실한 로드맵이 나오지 않는 한, 세종시 부동산 시장의 침체는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