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리대 한 팩에 수천 원. 매달 반복되는 이 지출이 누군가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이다. 정부가 ‘보편적 월경권’을 공식 화두로 꺼낸 지 약 두 달 만에, 유한킴벌리가 행동에 나섰다.
유한킴벌리는 신규 중저가 생리대 ‘좋은느낌 순수 수퍼롱 오버나이트’를 이달 조기 출시한다고 3월 10일 밝혔다. 당초 2분기 중 출시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두 달가량 앞당긴 것이다. 제품 생산은 전날인 9일 대전공장에서 이미 시작됐다.
베스트셀러의 ‘절반 가격’…42㎝ 수퍼롱 타입 신제품 공개
이번 신제품은 42㎝ 길이의 수퍼롱 타입으로, 공급가는 유한킴벌리의 대표 제품인 ‘좋은느낌 오리지널’의 절반 수준으로 책정됐다. 소비자 최종 가격은 판매처별로 개별 결정된다.
신제품 출시로 좋은느낌 브랜드의 중저가 라인업은 기존 3종에서 4종으로 늘었다. 유한킴벌리가 중저가 생리대를 생산해 온 것은 2016년부터지만, 누적 판매량 기준 자사 전체 생리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7%에 그쳤다. 이번 신제품 출시와 유통 채널 확대가 그 비중을 얼마나 끌어올릴지 주목된다.
편의점·하나로마트까지…오프라인 판매망 대폭 확장
이번 조치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판매처 확대다. 유한킴벌리는 그동안 중저가 제품을 온라인 채널과 다이소 위주로 판매해 왔으나, 이달부터 이마트·롯데마트는 물론 편의점 GS25·CU와 농협 하나로마트에서도 판매를 시작한다.
접근성이 높은 편의점과 생활밀착형 유통망인 하나로마트까지 진입한다는 점은 단순한 제품 출시를 넘어, 구매 접근성을 실질적으로 높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특히 농촌 지역 소비자나 이동이 불편한 고령층에게도 선택지가 넓어지는 효과가 기대된다.
정부 지적 두 달 만에 업계 연쇄 반응…’월경권’ 논의 본격화
이번 출시의 직접적인 계기는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이었다. 지난 1월 20일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국내 생리대 가격이 해외보다 비싸다고 지적하며, 기본 품질의 저가 생리대를 위탁생산해 취약계층에 현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보편적 월경권’ 보장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하며 이슈가 급부상했다.
업계의 반응도 잇따랐다. 깨끗한나라는 오는 5월 다이소와 협력해 개당 100원대 생리대를 출시할 예정이며, 이마트는 자체 마진을 줄이고 대량 매입을 통해 50여 종 생리대 할인 행사를 추진했다. 준비 물량은 평소 주간 판매량의 3배인 25만 개에 달했다. 쿠팡 PB 제품도 중형 99원, 대형 105원 수준으로 가격을 29% 인하하며 경쟁에 가세했다.
유한킴벌리의 조기 출시(3월), 깨끗한나라의 초저가 진입(5월) 순서로 중저가 시장의 단계적 확산이 진행되는 구도다. 정부 지적 후 약 3개월 만에 구체적 실행 단계로 접어든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