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에 300번 넘게 병원을 찾으면 초과분 진료비의 90%를 본인이 직접 내야 한다. 정부가 이른바 ‘의료 쇼핑’을 막고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차단하기 위해 칼을 빼 들었다.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을 4월 3일 입법 예고했다. 오는 5월 4일까지 국민 의견을 수렴한 뒤 확정 절차를 밟는다.
외래진료 기준 65회 줄인다…’의료 쇼핑’ 정조준
현행 제도는 연간 외래진료가 365회를 넘을 때 초과분에 대해 진료비 총액의 90%를 본인이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 기준을 연간 300회로 낮춰 65회 더 엄격하게 관리한다.
사실상 하루에 한 번꼴로 병원을 찾는 환자에게 강력한 비용 부담을 지우는 셈이다. 이 규정은 2027년 1월 1일부터 적용된다. 다만 아동·임산부·중증질환 산정특례자·중증장애인 등은 예외로 인정받을 수 있다.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가동…사후 징수에서 사전 예방으로
정부는 과도한 의료 이용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요양급여내역 확인시스템’을 새로 구축한다. 누가 병원을 얼마나 자주 이용하는지 실시간으로 추적해 기준 초과를 즉각 확인하는 체계다.
시스템 운영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담당한다. 단순 사후 징수 방식에서 벗어나 사전 예방 중심으로 정책 방향이 전환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해당 시스템 관련 규정은 올해 12월 24일부터 먼저 시행된다.
직장인 보험료 부담도 완화…분할납부 문턱 낮아진다
이번 개정안에는 직장인의 보험료 부담을 줄이는 내용도 담겼다. 매년 4월 진행되는 건강보험료 연말정산과 관련해 사업주가 가입자의 월급 정보를 공단에 제출하는 기한이 기존 3월 10일에서 3월 31일로 3주가량 늘어난다.
분할납부 기준도 완화된다. 현재는 추가 납부 보험료가 당월 보험료보다 많을 때만 나눠 낼 수 있었다. 앞으로는 기준이 ‘월별 보험료 하한액 수준’으로 낮아져 더 많은 직장인이 목돈 부담 없이 보험료를 나누어 낼 수 있게 된다. 이 조항은 법안 공포 즉시 시행된다.
이번 개정안은 방만한 의료 이용은 억제하되, 중증환자 보호와 납부자 부담 경감은 강화하는 이중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 안정과 의료 형평성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정부의 고민이 담긴 정책으로, 향후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과정에서 만성질환자와 장애인 단체의 반응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