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가 낸 판례가 가짜?”… 법정 뒤집어놓은 ‘AI 조작’ 막을 방법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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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AI 활용
대법원/출처-연합뉴스

ChatGPT로 작성한 소송 서면에 존재하지 않는 판례가 포함돼 법정에 제출되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변호사와 당사자들이 상용 AI를 활용하면서 서면 분량은 급증했고, 가짜 법령까지 등장하는 상황이다. 재판부의 업무 부담은 가중되고 재판은 지연되고 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13일 이런 혼란을 막기 위해 사법부 자체 생성형 AI 플랫폼 기반의 ‘재판지원 AI 시스템’을 시범 오픈했다고 밝혔다. 외부 AI에 의존하지 않고 법원 내부 인프라로 구축한 독자 시스템이다. 대법원 판례와 판결문, 법령, 유권해석, 주석서 등 방대한 법률 문헌을 종합 분석해 법관의 판단을 돕는다.

사법부의 AI 도입은 국정과제로도 명시된 시급한 과제다.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 보장”을 위해 인력 증원과 함께 AI 시스템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2025년 4월 출범한 사법부 AI위원회는 작년 12월까지 7차례 회의를 진행하며 로드맵을 마련했다.

외부 AI 의존 않는 독립 플랫폼

재판지원 AI의 핵심은 보안성과 독립성이다. 사용자 질의를 분석해 관련 법률 쟁점과 연관 자료를 탐색하고, 핵심 내용을 정리해 제시한다. 답변과 함께 관련 판례와 법령 등 참고 자료를 함께 보여줘 법관이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향후 사건 요지와 쟁점 분석 등 다양한 기능이 추가 개발될 예정이다.

법원 관계자는 “법률정보 리서치와 참고자료 검토에 드는 시간을 단축하고, 다양한 관련 자료를 구조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지원해 재판업무의 효율성과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AI 특성상 일부 답변에 부정확한 내용이 포함될 수 있어 최종 판단과 책임은 이용자에게 있다.

4,150억원 필요한데 145억원만 확보

대법원/출처-뉴스1

문제는 예산이다. 10년간 재판지원 AI 구축에 필요한 예산은 4,150억원이지만, 4년간 확보한 예산은 145억원에 불과하다. GPU 장비 구입에만 약 1,000억원, AI 전용센터 구축에 1,100억원이 별도로 필요하지만 모두 미확보 상태다. 현재 예산으로는 20개 과업 중 절반 이상을 구현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비교 대상인 차세대 전자소송 구축 사업은 10년간 2,000억원 규모다. AI 사업이 이보다 두 배 이상 큰 규모임에도 예산 확보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사법부는 2026년 AI 기반 구축, 2028년 재판 데이터 표준화를 거쳐 2030년 AI 활용 안착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예산 부족으로 계획 차질이 우려된다.

“낙후 기술 될 수도” 전문가 경고

이숙연 대법관(사법부 AI위원회 위원장)은 양면적 전망을 제시했다. 성공적으로 구축되면 “법관들의 기록 검토 시간을 단축해 재판이 진정한 의미의 청송(재판을 위해 송사를 듣는 일)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부족한 예산과 인력으로는 “개발 완료 시점에 이미 낙후된 기술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AI가 생성한 가짜 정보가 여과 없이 법정에 제출되는 반면 이를 걸러낼 도구가 없다면 재판 지연과 사법 비용 증가 등의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다. 사법 전문가들은 “인간을 중심에 두고 신뢰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의 발전을 주문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번 시범 오픈을 시작으로 사용자 의견을 수렴하고 답변 정확도 개선, 근거 제시 체계 고도화, 기능 확장 등을 지속 개선할 계획이다. 법관 증원과 함께 AI 도입이라는 두 축이 얼마나 조화롭게 작동할지, 그리고 충분한 예산 확보가 이뤄질지가 사법 신뢰 회복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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