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한국인들의 해외여행 열기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여행 경비는 물론 해외 직구, 구독 서비스까지 합쳐 카드로 해외에서 쓴 돈이 무려 33조원에 달했다. 체크카드와 트래블카드 사용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여행 결제 방식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025년 중 거주자의 카드 해외 사용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거주자의 카드 해외 사용 금액은 229억1,000만달러(약 33조원)로 집계됐다. 전년(217억2,000만달러)보다 5.5%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내국인 출국자 수도 2,955만명으로 전년 대비 3.0% 늘었다.
해외여행 르네상스, ‘복수 여행’ 시대 열렸다
코로나19 이후 억눌렸던 여행 수요가 완전히 폭발한 모습이다. 한은 관계자는 “해외여행 수요가 증가했고, 온라인 쇼핑 해외 직구나 앱스토어, 구독 결제 등이 확대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해 온라인 쇼핑 해외 직구 금액도 59억8,000만달러로 1.0% 증가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단순 관광을 넘어 쇼핑과 디지털 소비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여행’이 대세로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현지에서 명품을 구매하고, 여행 중에도 글로벌 구독 서비스를 끊김없이 이용하는 패턴이 카드 사용액 증가를 견인했다.
체크카드 시대 개막… 트래블카드가 게임 체인저
카드 종류별 사용 패턴도 극적으로 변했다. 신용카드 해외 사용액은 156억9,000만달러로 1.3% 소폭 증가에 그쳤지만, 체크카드는 72억2,000만달러로 무려 15.7% 급증했다. 체크카드 사용액이 신용카드의 절반 수준까지 불어난 것이다.
이 같은 체크카드 붐의 주역은 ‘트래블카드’다. 한은 관계자는 “트래블카드가 체크카드 해외 사용액 중 상당 비중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트래블카드는 환전 수수료가 저렴하고, 실시간 환율이 적용돼 2030세대를 중심으로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K-컬처 마력… 외국인 관광객이 쓴 돈 20조 돌파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지갑도 활짝 열렸다. 지난해 비거주자의 카드 국내 사용 금액은 140억8,000만달러(약 20조3,000억원)로, 전년보다 18.2% 급증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외국인 입국자 수는 1,893만7,000명으로 전년 대비 15.7% 늘었다.
한은 관계자는 “K-컬처 인기 등에 해외 여행객 방문이 크게 늘면서 이들이 국내에서 사용한 카드 금액도 증가했다”고 밝혔다. K-컬처(K-팝, K-드라마 등)의 글로벌 인기가 관광객 증가로 직결된 것이다.
특히 인구감소지역의 경우 외부 방문객 효과가 극적으로 나타났다. 한은 자료에 따르면 인구감소지역의 3분기 카드 사용액이 전년 동기 대비 8.8% 증가했으며, 특히 7월에는 1인당 사용액이 12만6,000원으로 통계 집계 이래 최대치를 찍었다. 경기 가평군은 3분기 내내 전국 인구감소지역 중 체류 인구 규모 1위를 유지하며 관광 경제의 성공 모델로 떠올랐다.
여행 업계 관계자는 “한국인의 해외여행 증가와 외국인 관광객 급증이 동시에 일어나면서 ‘쌍방향 관광 호황’이 정착됐다”며 “다만 환율 변동과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