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한반도의 이산화탄소 배경농도가 관측 사상 처음으로 432.7ppm을 기록했다. 1999년 안면도에서 첫 관측을 시작한 이후 26년 만에 무려 61.4ppm이 오른 수치다.
국립기상과학원은 4월 29일 이 같은 내용을 공식 발표하며, 이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50년 안면도 기준 농도가 약 495ppm에 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반도, 세계 평균마저 훌쩍 넘었다
지난해 전 지구 평균 이산화탄소 농도는 425.6ppm이었다. 한반도는 이보다 7.1ppm 높아, 세계 평균을 뚜렷이 상회했다.
이번 수치는 안면도·제주고산·울릉도 세 곳의 배경농도를 평균한 결과다. 배경농도란 공장이나 도심의 일시적 영향을 제거하고, 광역 대기 상태를 반영하는 지표다.
한반도 이산화탄소 농도는 2000년 이후 연평균 2.5ppm씩, 최근 10년간은 연 2.6ppm 속도로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세계 평균 증가 속도인 연 2.3ppm을 넘는 수준이다.
“국내만의 문제 아냐”…동아시아 전체의 과제
한반도 수치가 세계 평균보다 높다고 해서, 이를 국내 배출만의 결과로 단정할 수는 없다. 김상백 국립기상과학원 지구대기감시연구과장은 “이산화탄소는 한 번 배출되면 100년 이상 대기 중에 남고 전 지구적으로 균일하게 섞인다”며 “중국과 동아시아 주변국의 영향이 함께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는 기온 상승과도 같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국립기상과학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평균 기온은 기준 기간보다 약 1.4도 높아졌다. 이산화탄소가 기온 변화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지만, 두 지표가 함께 오르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메탄은 둔화, 아산화질소·육불화황은 최고치
다른 온실가스 상황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메탄 배경농도는 2023ppb로 전년보다 2ppb 증가했다. 최근 10년 평균 증가율인 연 10ppb에 비해 증가 속도가 눈에 띄게 줄었다.
메탄은 대기 중 수명이 약 10년으로 짧아 감축 정책의 효과가 이산화탄소보다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 연구자들이 이번 둔화를 긍정적 신호로 주목하는 이유다. 반면 아산화질소(340.6ppb)와 육불화황(12.5ppt)은 모두 관측 이래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한편 긍정적인 흐름도 있다. 오존층 파괴물질인 염화불화탄소류는 1989년 몬트리올의정서 이후 국제 규제가 이어지면서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에어로졸과 미세먼지(PM10) 역시 장기적으로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며, 강수 산성도도 2007년 이후 약화하는 흐름이다. 지난해 강수 pH는 5.2로 산성비 기준인 5.6에 근접했다.
국립기상과학원은 현재의 연 2.5~2.6ppm 증가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50년 이산화탄소 농도가 약 495ppm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도, 앞으로 25년간의 감축 정책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온실가스 농도는 이제 단순한 환경 지표가 아닌, 기후 위기 대응 정책의 성패를 가늠하는 핵심 척도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