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용은 치솟는데 매출은 늘지 않는다. 한국 자영업자들의 체감경기가 전방위로 무너지고 있다. 소득과 소비 기대는 동시에 꺾인 반면, 물가·금리·부채 부담은 가파르게 확대되면서 경기 인식이 빠르게 악화되는 흐름이다.
29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4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9.2로 전월(107.0)보다 7.8포인트 하락했다. 2024년 12월 이후 최대 낙폭으로, 1년 만에 기준선(100) 아래로 내려앉았다.
경기·소득·소비 지표, 1년 만에 동반 최저
자영업자의 현재경기판단CSI는 이달 61로 전월(78)보다 17포인트 급락했다. 지난해 5월(58)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체감경기 하락 속도가 가팔라지는 모습이다.
미래에 대한 기대도 빠르게 식고 있다. 생활형편전망CSI는 85로 전월(91)보다 6포인트 하락했고, 향후경기전망CSI도 74로 10포인트 떨어지며 모두 1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단기 부진을 넘어 경기 회복 기대 자체가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소득과 소비 지표도 동시에 악화됐다. 가계수입전망CSI는 88로 전월보다 5포인트 하락했고, 소비지출전망CSI는 97로 떨어지며 기준선(100)을 밑돌았다. 소비지출전망이 100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해 4월 이후 처음이다.
세부 항목에서는 내구재(88), 외식비(84), 여행비(83) 등 선택적 소비를 중심으로 지출 축소 흐름이 뚜렷했다. 반면 의료·보건비(112)는 전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해, 필수 지출을 제외한 전반적인 소비 위축이 진행되고 있음을 드러냈다.
물가 전망 41개월 만에 최고…금리·부채 부담도 동시 확대
부담 요인은 뚜렷하게 확대됐다. 1년 뒤 물가수준전망CSI는 153으로 상승해 2022년 11월 이후 약 3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리수준전망CSI는 117로 전월(110)보다 7포인트 상승해 2023년 11월(11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실제 가계대출 금리도 지난달 연 4.51%를 기록하며 전월보다 올랐다. 현재가계부채CSI와 가계부채전망CSI는 각각 104로 상승하며 채무 압박이 확대되는 흐름을 보였다.
저축 여력은 줄어들고 있다. 현재가계저축CSI는 82로 전월보다 4포인트 하락해 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소득은 줄고 지출 부담은 늘어나면서 가계 재무 여력이 빠르게 악화되는 구조다.
‘이중 압박’ 구조에 자영업자 직격탄
시장에서는 이번 지표 악화를 단순한 경기 침체가 아닌 구조적 ‘이중 압박’으로 분석한다. 원재료·에너지 비용은 빠르게 오르는 반면, 경기 둔화로 수요가 위축되면서 가격 인상으로 부담을 전가하기 어려운 상황이 맞물리고 있기 때문이다.
임금수준전망CSI는 125로 하락해 비용 상승을 상쇄할 소득 개선 기대마저 약화된 모습이다. 주택가격전망CSI는 101로 올라 한 달 만에 기준선을 회복했지만, 전반적인 경기 인식 악화 흐름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당국 관계자는 “이달 CSI는 공급망 불안과 인플레이션 우려 영향으로 부정적 응답이 늘고, 물가·금리·부채 부담이 커진 결과”라며 “자영업자를 포함한 전반적인 경제주체의 체감경기가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