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작스러운 폭우로 도심이 순식간에 물에 잠기는 ‘돌발홍수’. 예고 없이 들이닥치는 탓에 피해를 줄이기가 쉽지 않다. 구글이 이 오랜 난제에 AI(인공지능)로 정면 승부를 걸었다.
구글은 2026년 3월 12일(현지시간) 도시 돌발홍수를 최대 24시간 전에 예측하는 AI 모델과 전 세계 홍수 데이터셋 ‘그라운드소스(GroundSource)’를 공개했다. 150개국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구축한 이번 시스템은 AI가 재난 대응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첫 사례로 주목받는다.
제미나이가 뽑아낸 260만 건의 홍수 기록
핵심은 데이터 구축 방식이다. 구글은 자사 대형언어모델(LLM) ‘제미나이(Gemini)’를 활용해 전 세계 500만 건 이상의 뉴스 기사와 공공 기록을 분석했다. 이를 통해 실제 홍수 발생 여부, 날짜, 위치 정보 등을 자동으로 추출해 260만 건의 역사적 홍수 사례를 데이터로 구조화했다.
구글 리서치의 요시 마티아스 부사장은 “공공 기록에 흩어진 재난 정보를 체계화하면 AI를 통해 더 정확한 예측이 가능해진다”며 “데이터 부족으로 예측이 어려웠던 자연재해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접근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미 국립기상청과 맞붙은 성능…재현율은 앞서
구글은 이 모델의 성능을 미 국립기상청(NWS)의 홍수 경보 시스템과 비교했다. 실제 홍수 중 사전에 경보를 발령한 비율인 ‘재현율’에서 구글 모델은 32%로 NWS의 22%를 10%포인트 웃돌았다.
반면 경보 발령 후 실제로 홍수가 발생한 비율인 ‘정밀도’는 구글 26%, NWS 44%로 구글이 낮았다. 즉 구글 모델이 더 많은 홍수를 포착하지만, 그만큼 허위 경보도 많다는 의미다. 구글은 재현율과 정밀도는 트레이드오프 관계이며 임계치 조정으로 성능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기술적 전제 조건의 차이다. NWS는 고밀도 레이더망과 지상 관측 장비라는 값비싼 인프라에 의존한다. 반면 구글 모델은 위성 데이터와 글로벌 기상 데이터만으로 유사한 수준의 성능을 달성했다.
인프라 없는 나라에 더 빛나는 기술…한국은 제외
이 차이가 이번 기술의 진정한 가치를 보여준다. 기상 관측 인프라가 부족한 개발도상국에서도 위성 데이터만으로 조기 경보가 가능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홍수로 매년 막대한 인명·재산 피해를 입는 아시아·아프리카 저소득 국가들에게는 사실상 ‘생명줄’이 될 수 있다.
구글은 예측 결과를 재난정보 플랫폼 ‘플러드 허브(Flood Hub)’를 통해 실시간 무료로 제공하고, 그라운드소스 데이터셋도 오픈소스로 공개해 연구자와 기관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다만 한국은 관련 법 규제를 이유로 서비스 대상에서 제외됐다.
구글은 이번 방법론을 홍수에만 국한하지 않고, 산사태·폭염·산불 등 다른 자연재해 분야로도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AI가 기후 위기 시대 재난 예측의 새 표준을 만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