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입 소비’ 시대…유통가, 소형화 전략으로 밥상 위를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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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화로 바뀐 식탁
조각화로 바뀐 식탁 / 연합뉴스

수박 한 통을 사다 남기던 시절이 저물고 있다. 이제 소비자들은 필요한 만큼만, 손질 없이 바로 먹을 수 있는 형태로 식품을 고른다. ‘한입 소비’라 불리는 이 트렌드가 유통업계 전반을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1인 가구·고물가가 만들어낸 ‘소형화’ 바람

1인 가구 증가와 외식 물가 상승, 간편함을 중시하는 소비 성향이 맞물리며 소용량·간편식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유통업계는 ‘남기지 않고 한 번에 즐긴다’는 소비자 니즈를 겨냥해 소형화 전략을 속속 강화하는 추세다.

특히 고물가 여파로 단위당 가격을 낮춘 대용량 제품이 한 축을 형성한다면, 신선식품과 조리식품 분야에서는 ‘소형화’가 명실상부한 대세로 자리 잡았다는 게 유통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육류·델리부터 채소·과일까지…’1인분 최적화’ 경쟁

이마트가 지난 2월 선보인 ‘겉바속촉 네모 삼겹살’은 출시 약 두 달 만에 85톤 넘게 팔렸다. 기존 가로로 긴 삼겹살과 달리 2㎝ 두께로 두툼하게 썰려 별도 손질 없이 한입에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마트는 원육 직소싱과 자체 가공유통센터 활용으로 유통 단계를 줄여 가격도 낮췄다.

롯데마트의 소용량 델리 시리즈 ‘요리하다 월드뷔페’는 올해 매출이 23.6% 신장했고, 1인용 ’68 피자’는 4월 한 달 매출이 전월 대비 10.1% 늘며 시장에 안착했다. 채소 코너에서도 방울양배추 수요가 172.0%, 큐브형 냉동 다진 마늘 등 양념용 냉동채소가 45.5% 급증하며 ‘필요한 만큼만 사는’ 소비 패턴이 뚜렷해졌다.

1인 가구형 간편식 확대
1인 가구형 간편식 확대 / 뉴스1

가장 극적인 변화는 과일 코너에서 나타난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 말까지 조각 수박(1/2·1/4 규격)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1.3% 급증했다. 조각 배·사과 등 커팅 과일 전체 매출도 63.4% 늘었다. 이마트 역시 조각 수박·멜론 매출이 2022년 이후 꾸준히 성장해 지난해 조각 멜론 매출이 30%가량 고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는 3년 전부터 자체 농수산물 가공유통센터인 ‘후레쉬센터’에서 조각 과일을 직접 생산하는 체계로 전환했다. 최근에는 반통 멜론 전용 절단기를 신규 도입하는 한편, ‘컷 두리안’ 등 다양한 품목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컵푸드’의 일상화…양보다 경험과 효율이 우선

이러한 흐름은 전문 연구기관의 분석과도 일치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25-26 7대 식품소비트렌드’는 ‘간단함’이 식사 메뉴의 핵심 가치로 부상하면서 컵냉면·컵빙수 등 이른바 ‘컵푸드’가 일상적인 식사 카테고리에 편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편의점 업계도 이 흐름에 적극 올라탔다. CU는 ‘컵 닭강정’ 등 단품 요리를 한입 크기로 즐길 수 있는 소용량 간편식을 강화했고, GS25는 4천원대 ‘한끼 양념육’ 등 가성비와 편의성을 동시에 갖춘 제품으로 1인 가구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수박 한 조각, 1인분 피자, 한 끼용 삼겹살. 식탁 위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한입 소비는 유행을 넘어, 인구 구조와 경제 환경이 함께 만들어낸 구조적 변화로 굳어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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