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은행(IB) 씨티그룹이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전격 낮췄다. 수조 원대 성과급 충당금 리스크가 실적 전망을 직접 끌어내렸다는 분석이다.
씨티그룹 피터 리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30일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기존 32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같은 날 삼성전자 종가는 22만500원을 기록했다.
충당금 폭탄…올해·내년 영업이익 추정치 두 자릿수 삭감
씨티그룹은 노조 파업 격화에 따른 성과급 충당금이 실적에 가시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 판단했다. 이를 반영해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를 10%, 내년 추정치를 11% 각각 하향 조정했다.
피터 리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를 메모리 시장 성장의 장기적 수혜자로 보지만, 노동 파업 심화와 성과급 충당금으로 인한 실적 하방 리스크를 우려한다”고 밝혔다. 다만 AI(인공지능) 수요 급증으로 메모리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점을 근거로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했다.
노조, 영업이익 15% 배분 요구…회사와 8%P 넘게 간극
삼성전자 노조 공동투쟁본부는 영업이익의 15%를 상한선 없이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약 45조 원 규모로 추산되며, 기본급 평균 14% 인상과 1인당 3천만 원의 격려금도 포함된다.
반면 회사 측 제시안은 임금 6.2% 인상에 머물러 있어 양측 간 간극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노조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노조 내부 분열·HBM 변수…복합 리스크로 번지나
노사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노조 내부에서는 하루 1,000명 이상의 탈퇴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 부문 대비 실적이 상대적으로 약한 가전·모바일 사업부문 조합원들이 차별 논란을 제기하며 탈퇴를 주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이번 갈등이 단순 노사 분쟁을 넘어 글로벌 반도체 공급 신뢰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한다. AI·HBM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시점에 대형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물리적 생산 차질보다 공급 안정성에 대한 시장 신뢰 훼손이 더 큰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한편 국내 증권사인 BNK투자증권도 지난달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의견을 ‘보유’로 낮추며 “HBM4(6세대 고대역폭메모리) 매출 비중 확대로 하반기 수익성이 둔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메모리 업사이클 속에서도 한국 반도체 대표 기업 양사 모두에 경고음이 켜진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