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 가격 38% 폭등
외식비 5년간 25% 급등
물가보다 두 배 빠른 상승세

“점심 메뉴 고르다 스트레스받아요. 이제 대부분의 메뉴는 만 원을 넘어가네요.” 서울 강남에서 근무하는 회사원 이 모 씨(32)의 표정이 어둡다.
출근길 커피 한 잔, 점심 식사, 저녁 약속까지 하루 외식비가 가계부를 위협하는 현실에 직장인들은 비명을 지르고 있다.
물가 상승의 파도가 외식 산업을 덮치면서 서민들의 식탁은 갈수록 초라해지고 있다.
5년간 물가 16% 올랐는데, 외식은 25% 급등

통계청이 15일 발표한 국가통계포털(KOSIS) 자료에 따르면, 2020년을 기준(100)으로 했을 때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6.27로 5년 새 16.3% 상승했다. 그러나 외식 부문은 같은 기간 124.56으로 무려 24.6%나 뛰어올랐다.
특히 직장인들이 즐겨 찾는 점심 메뉴의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김밥은 38%로 가장 많이 올랐고, 햄버거(37.2%), 떡볶이(34.7%), 짜장면(33.4%)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도시락(32.9%), 라면(31.7%), 갈비탕(31.2%) 등 30% 이상 오른 품목만 9개에 달한다.
외식 품목 39개 중 전체 소비자물가지수보다 상승률이 낮은 것은 소주(15.8%), 해물찜(15.3%), 커피(10.4%), 기타음료(7.3%) 등 단 4개뿐이었다.

구내식당 식사비도 24% 상승하며 직장인들의 ‘런치플레이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복합적 위기가 만든 ‘식탁 경제 충격’
전문가들은 이같은 외식 물가 급등의 배경으로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기후변화로 농축산물 공급 변동성이 커진 데다, 환율 상승으로 수입 식재료 단가가 올랐기 때문이다.
실제로 축산물과 수산물은 20%가량, 가공식품은 약 24%의 가격 상승을 보였다.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력 부족 현상까지 겹치며 식당 운영자들의 인건비 부담도 크게 늘었다.

도심 지역의 높은 임대료와 유틸리티 비용, 각종 세금 등 식당 운영에 필요한 부대비용도 증가 추세다.
또한 배달 관련 비용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는 지난 13일 “배달 중개 수수료 문제가 크다”며 “수수료 적정선을 어떻게 할 것인지 입법을 포함한 고민이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대안은 ‘간편식’…퀵커머스 이용 급증
이처럼 외식 물가가 치솟자 직장인들은 새로운 대안을 찾고 있다. 최근에는 퀵커머스를 통해 편의점 도시락이나 간편식을 배달시켜 먹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GS리테일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GS25의 퀵커머스 매출은 지난해보다 76% 증가했으며, 특히 도시락과 간편식 매출은 90% 이상 늘었다.
점심시간대 오피스 상권에서는 퀵커머스 이용률이 일반 지역보다 36% 높았다. 한 직장인은 “만원으로는 제대로 된 식사가 어려워져 편의점 도시락을 배달시켜 먹는 날이 많아졌다”며 “비용도 절감되고 시간도 아낄 수 있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점심시간의 작은 기쁨마저 위협받는 현실 속에서, 끊임없이 치솟는 외식 물가는 이미 빠듯한 서민 가계에 이중고를 안기며 경제적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매일 반복되는 식사 시간이 걱정과 한숨으로 바뀐 지금, 실질적인 물가 안정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구내식당을 왜 못하게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