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잠수함을 팔겠다는 게 아니다. 한화가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초계잠수함 프로젝트(CPSP) 수주를 위해 지상무기체계 현지 생산이라는 전례 없는 승부수를 던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9일(현지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 캐나다자동차부품제조협회(APMA), 한화오션과 ‘군용 차량 및 특수목적 산업차량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 MOU는 한화오션의 CPSP 수주 성공을 전제로 합작법인을 본격 출범시키는 구조다.
이는 캐나다가 방위사업에서 강조하는 ‘Build in Canada’ 정책과 절충교역(ITB) 요구에 정면으로 대응하는 전략이다. 무기를 납품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캐나다 내 방산 산업 생태계 자체를 함께 구축하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잠수함 수주전, 지상전력으로 확전
CPSP는 캐나다 해군의 노후 잠수함을 대체할 3,000톤급 디젤 잠수함 최대 12척을 발주하는 사업이다. 건조비는 물론 도입 후 유지·보수·정비(MRO)까지 포함해 총 규모가 60조원에 달한다.
한화의 경쟁자는 독일의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TKMS)이다. 독일은 유럽 내 전통적 잠수함 강국이라는 브랜드를 앞세우고 있다. 한화는 이 구도에서 ‘경제적 기여도’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이번 합작법인은 캐나다산 철강·알루미늄 등 현지 소재를 활용하고 현지 인력을 직접 고용해 군용 차량과 특수목적 산업차량을 생산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외신 보도를 통해 K9 자주포의 캐나다 현지 생산도 제안된 것으로 전해졌다.
102조 규모 경제 효과, 숫자로 압박
한화는 경제적 파급효과를 수치로 제시하며 캐나다 정부를 설득하고 있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 KPMG 분석에 따르면 한화의 대캐나다 투자는 2026년부터 2044년까지 연평균 22,500개의 정규직 일자리와 941억 캐나다달러, 우리 돈으로 약 102조4천억원의 GDP를 창출할 전망이다.
이뿐만 아니라 한화그룹은 캐나다 내 30여 개 기업과 이미 양해각서를 맺으며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한 상태다. 4월 21일에는 앨버타주 주정부와 에너지·방산·조선을 아우르는 포괄적 MOU를 체결했고, 한화오션 CEO가 핼리팩스를 직접 방문해 노바스코샤주 관계자들과 면담을 이어갔다. 수주전을 ‘캐나다 전체 산업 협력’의 틀로 확장한 것이다.
‘팀코리아’로 전방위 포위망 완성
한화그룹은 CPSP 수주를 위해 그룹 역량을 총집결한 ‘팀코리아’ 체계를 가동 중이다. 한화오션이 잠수함 건조를 주도하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상무기체계를 담당하며, LIG넥스원·현대자동차그룹·한국전력·에쓰오일(S-OIL) 등이 방산·에너지·산업 전 분야에서 지원하는 구조다.
합작법인은 우선 캐나다 관공서와 군, 북극 자원개발 수요를 충족시킨 뒤 이를 발판으로 우방국 시장 수출까지 타진할 계획이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는 “캐나다의 제조 역량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방산 기술력을 합쳐 현지 생산 및 글로벌 시장 진출을 함께 추진하기 위한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