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만에 산불 꺼졌지만 “앞으로가 더 막막해요”… 울상 짓는 농민들, 무슨 일

대형 산불로 농작물 1,555헥타르 피해
재난 지원금 대상 제외된 송이 생산자들 한숨
사과·마늘·양파 가격 급등 전망에 소비자도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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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농작물 재배 피해 / 출처: 연합뉴스

“불에 타버린 모든 것을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하는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경북 송이 농가의 한 생산자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하소연했다.

수천 헥타르의 산림을 태우고 간 경북 대형 산불이 꺼졌지만, 그 상처는 여전히 아프게 남아있다.

불타버린 송이산, 법적 보상은 ‘막막’

31일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 28일 주불이 잡힌 ‘경북 산불’로 의성과 안동, 청송, 영양 등에서 농작물 1,555헥타르와 시설하우스 290동, 농산물 유통가공시설 7곳이 불에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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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농작물 재배 피해 / 출처: 연합뉴스

이 화마는 북동부권 5개 시·군의 특산물 재배지를 집어삼키며 지역 농민들의 생계를 직격했다.

국내 송이 채취량의 30%를 차지하는 영덕은 이번 산불로 지품면, 축산면, 영덕읍 일대의 송이산 4천 헥타르가 불에 탔다.

이는 영덕군 전체 산림 피해 면적(8천 헥타르)의 절반에 이르는 수치다.

영덕은 13년 연속 국내 최대 송이 생산지로, 2023년에는 32톤, 2024년에는 15톤가량을 각각 채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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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농작물 재배 피해 / 출처: 연합뉴스

하지만 이번 산불로 올해 송이 생산량은 예년에 크게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더 큰 문제는 ‘사회재난구호 및 복구 비용 부담 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송이는 재난 지원금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수원이나 밭작물과 달리 자생적으로 자라는 송이는 생산량이 일정하지 않아 피해 규모 산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영덕군은 다음 달 8일까지 읍·면·동을 통해 송이산 피해 신고를 받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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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농작물 재배 피해 / 출처: 연합뉴스

영덕군 관계자는 “현재 송이는 법적으로 보상 방안이 없지만, 대규모 피해로 향후 보상관계에 변경이 생길 수 있어 기타 작물로 분류해 피해 접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복에 최소 7년, 사과 농가의 긴 터널

산림 특산물인 송이뿐만 아니라 경작지에서 재배되는 작물들도 이번 산불로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경북 지역을 대표하는 사과 산업은 장기적인 피해가 불가피해 보인다.

전국 사과 생산량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청송은 4,600여 농가가 연간 7만 5천 톤의 사과를 생산하는 주요 산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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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농작물 재배 피해 / 출처: 연합뉴스

그러나 이번 산불로 202.3헥타르의 사과 재배지가 피해를 입었으며, 조사가 진행됨에 따라 이 수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매년 3월이면 사과나무에 꽃이 피기 시작하고 농가들은 거름과 방제약을 뿌리며 한 해 농사를 준비한다.

하지만 이번 산불로 나무가 그을리거나 통째로 타버리는 피해가 속출했다. 불길을 피한 나무들조차도 짙은 연기와 재에 장시간 노출되어 정상적인 생육이 어려운 상황이다.

청송군과 농민들 사이에서는 사과 생산량이 예년 수준을 회복하기까지 7~8년이 걸릴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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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농작물 재배 피해 / 출처: 연합뉴스

산불 여파, 식탁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전망

산불 피해는 생산자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국물가협회는 28일 경상북도와 경상남도 지역의 대규모 산불 피해로 사과, 마늘, 양파 등의 가격 급등을 예상했다.

사과 가격은 이미 개당 기준으로 전주 대비 1.4%, 전년 동기 대비 무려 50.4% 상승했다.

가락시장 기준으로 영주, 봉화, 안동, 청송 등 경북권 반입량이 50%에 달하고 있어, 저장사과의 품질 하락과 출하지연이 예상된다면 가격이 더욱 급등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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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농작물 재배 피해 / 출처: 연합뉴스

마늘과 양파 가격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산불 피해에 따른 작황저하와 재배면적 감소 등이 맞물리면서 수급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경북 의성의 특산물인 ‘한지 마늘’은 이미 산불로 인한 열기로 밭에 올라온 잎이 누렇게 변하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이러한 상황에 한국물가협회 관계자는 “경북·경남에 발생한 산불과 이상기후 영향으로 농산물 전반의 가격 강세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정부의 수급 조절, 비축 물량 운용, 수입 탄력 조정 등 정책적 대응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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