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왕좌의 게임’의 주인을 두고 할리우드 양대 거인이 정면충돌하고 있다. 파라마운트가 23일(현지시간) 워너브러더스에 총 1,084억 달러(약 157조원) 규모의 개선된 인수 제안서를 제출하면서, 이미 합의가 끝난 줄 알았던 넷플릭스와의 거래에 제동이 걸렸다. 블룸버그와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파라마운트는 주당 30달러를 제시하며 종전 제안보다 한층 공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문제는 워너브러더스가 이미 지난해 12월 넷플릭스와 스트리밍·스튜디오 사업부 매각(주당 27.75달러)에 합의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파라마운트가 계약 해지 위약금 28억 달러를 선지급하겠다고 나서면서, 워너브러더스 이사회는 다시 양측 제안을 저울질하는 상황에 놓였다. 프리미엄 콘텐츠 IP를 둘러싼 157조원 규모의 인수전이 예상치 못한 변수로 재점화된 것이다.
전사 인수 vs 부분 인수, 전략적 차이가 승부처
두 제안의 핵심 차이는 ‘인수 범위’다. 넷플릭스는 워너브러더스의 스트리밍·스튜디오 사업부만 매입하는 부분 거래를 제시했다. 이 경우 CNN, HBO 등 레거시 케이블 TV 네트워크 사업은 워너브러더스에 남게 되는데, 업계에서는 이들 사업의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반면 파라마운트는 케이블 네트워크를 포함한 전체 회사 인수를 제안했다. 하그리브스 랜스다운의 맷 브리츠먼 수석 애널리스트는 “이사회와 주주가 넷플릭스가 남겨놓기로 한 네트워크 사업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느냐가 최종 의사결정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CNN 등 전통 네트워크가 여전히 현금 창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면, 전사 인수를 제시한 파라마운트의 제안이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의미다.
400억弗 자금 보증에도 남은 ‘신뢰성’ 의문
파라마운트의 제안이 공격적인 만큼, 워너브러더스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자금 조달 가능성’이다. 이에 파라마운트는 데이비드 엘리슨 CEO의 부친인 억만장자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으로부터 약 400억 달러의 자금 보증 확약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한 넷플릭스와의 기존 계약 해지에 따른 위약금 28억 달러를 선제적으로 지급하겠다는 조건도 제시했다.
하지만 넷플릭스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전망이다. 로이터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넷플릭스가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파라마운트가 인수가액을 높일 경우 넷플릭스도 조건을 상향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미 720억 달러(약 104조원) 규모의 대규모 거래를 제시한 만큼, 추가 경합 시 입찰가 상향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압박과 반독점 심사, 정치적 변수 부상
예상치 못한 정치적 변수도 등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넷플릭스에 수잔 라이스 이사를 해임하라고 요구하며 “그렇지 않으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라이스 이사는 오바마·바이든 행정부 출신 민주당 인사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은 반독점 심사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CEO는 BBC 인터뷰에서 “이건 사업적인 거래지, 정치적 거래가 아니다”라며 라이스 이사 해임 가능성을 일축했다. 하지만 워너브러더스 인수합병을 위해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반독점 조사를 통과해야 하는 만큼, 정치적 압박이 협상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케이블 사업의 미래 가치 평가, 자금 확보 신뢰성, 반독점 심사 등 여러 변수가 남아 있어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예측시장에서도 “파라마운트가 워너브러더스를 인수할 것인가”가 주요 베팅 주제로 부상하며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임을 반영하고 있다. 157조원 규모의 할리우드 인수전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향후 수개월간 업계의 시선이 집중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