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중국은 팔고 떠나는데 한국만 ‘풀매수’? 미국서 큰손 대접받는 ‘K-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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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한국 투자자 미국 주식 투자 증가
뉴욕증권거래소/출처-뉴스1

지난해 한국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 시장에 쏟아부은 돈이 106조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5배 급증한 이 ‘달러 쇼핑’은 현재 고환율 고착화의 주요 배경으로 지목되며, 외환시장에 구조적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미국 재무부 국제자본흐름(TIC) 통계에 따르면, 2025년 한국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액은 735억 6,000만 달러(약 106조 5,000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2024년(149억 1,400만 달러) 대비 약 5배 가까이 급증한 수치다. 조세 피난처를 제외한 주요국 가운데 노르웨이(817억 6,100만 달러), 싱가포르(789억 7,500만 달러)에 이어 사실상 3위에 올라섰다.

전체 77개국의 미국 주식 순매수액(7,174억 9,700만 달러) 중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0.5%로, 전년(4.8%)의 두 배를 넘어섰다. 특히 조세회피처를 제외한 국가들의 순매수액 기준으로는 약 21%에 달해, 글로벌 자금 흐름에서 한국 자본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역대급 해외 투자, 환율 불안 키웠다

출처-뉴스1

이러한 대규모 달러 유출은 원·달러 환율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초 환율 상승 요인의 약 4분의 1은 우리만의 요인(수급) 때문”이라며 해외 주식 투자 확대를 환율 상승 요인으로 직접 언급했다.

실제로 2025년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1,230억 달러를 기록했지만, 내국인의 해외 투자 유출은 1,467억 달러 이상으로 집계되며 달러 수급 불균형이 심화됐다. 주식과 채권을 합친 한국 투자자의 미국 증권 보유액은 지난해 말 기준 8,710억 7,2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7.96% 증가했다. 이는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20년 말(4,742억 5,700만 달러)과 비교하면 83.67% 급증한 수준이다.

아시아 주요국과 비교해도 한국의 쏠림 현상은 두드러진다. 대만은 102억 4,800만 달러 순매수에 그쳤고, 중국과 일본은 각각 340억 5,200만 달러, 23억 1,500만 달러를 순매도하며 한국과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개인·기관 가리지 않는 ‘달러 쇼핑’

출처-뉴스1

이번 투자 급증은 개인 투자자뿐 아니라 연기금, 자산운용사 등 기관 자금이 동시에 참여한 결과로 분석된다. 2025년 해외 주식 투자 주체별 내역을 보면, 개인 투자자가 314억 달러(약 45조원), 기관 및 공적기관이 830억 달러(약 120조원)를 순매수했다.

특히 2026년 2월 들어서도 개인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는 하루 평균 3억 7,300만 달러 규모로 지속되고 있다. 한국은행 총재는 “국민연금을 제외한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투자는 지난해 연말과 유사하거나 더 큰 폭으로 지속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영화 부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해외 주식 투자 확대는 개인 투자자뿐 아니라 기업, 연기금, 금융기관 등 다양한 주체가 동시에 참여하는 흐름”이라며 “특정 투자 주체만을 원인으로 지목하기보다는 전반적인 자금 흐름의 변화로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구조화된 자금 이탈, 해법은?

금융당국과 전문가들은 해외 투자 확대가 일시적 현상을 넘어 구조적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진단한다. 팬데믹 이전(2011~2019년) 연평균 해외 증권 투자액이 452억 달러였던 것에 비해, 최근(2020~2025년)에는 726억 달러로 61% 증가했다.

문제는 이러한 자금 이탈이 원화 약세 압력을 구조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글로벌 분산 투자에 대한 선호는 더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며 “미국 증시 강세가 지속될 경우 이러한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한국 투자자들이 2025년 해외 투자를 통해 벌어들인 투자소득은 301억 6,580만 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14.7% 증가한 수치로, 해외 투자의 수익성이 입증되면서 자금 유출 흐름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외환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며 수급 불균형 해소 방안을 모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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