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 기회가 열릴 수 있다”
한국 조선업계, 새 블루오션 포착
미 해군 함정 사업, 연간 42조 원 규모

“우리 조선업계에 쏟아지는 황금비”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기대를 모으는 대규모 사업 기회가 한국 조선업계에 찾아올 전망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가 2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 해군이 향후 30년 동안 연간 42조 원 규모의 군함을 발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한국 조선업계에 전례 없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美, 30년간 함정 364척 건조 추진…연간 42조 원 ‘대규모 프로젝트’
미 의회예산국(CBO)이 1월에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미 해군은 2054년까지 신규 함정 조달을 위해 연평균 약 300억 달러(약 42조 원)를 투입할 예정이다.

미국은 현재 보유 중인 296척의 함정을 2054년까지 381척으로 확대하는 야심 찬 목표를 설정했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앞으로 30년간 총 364척의 신규 함정을 건조해야 하며, 이는 매년 12척의 새 함정을 제작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주목할 점은 지난달 미국 의회가 한국 등 동맹국이 자국 조선소에서 미 해군 함정을 건조할 수 있도록 하는 ‘해군 준비 태세 보장법’을 발의했다는 사실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한국 조선업계가 미 함정 및 해안 경비대 선박을 수주할 가능성이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코트라 워싱턴DC 무역관이 작성한 이 보고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전후로 발표된 미국의 조선 산업 관련 법과 정책을 분석하고, 한국 조선 산업의 기회 요인과 시사점 등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미국이 역설적이게도 자국 조선업 보호를 위해 제정했던 법 때문에 조선업이 급격히 쇠퇴하면서, 이제는 최신 선박 건조 기술을 보유한 한국 등 동맹국과의 협력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함정 유지보수 시장에서도 日과 경쟁…K-조선 생태계 활성화 기회
코트라 보고서는 미 해군의 함정 유지보수(MRO) 및 신규 건조 시장도 한국 조선업계의 주요 진출 목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 회계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작년 11월 기준 미국 해군이 전개 중인 전함은 149척에 달한다. 이는 잠수함과 항공모함을 제외한 숫자다.
미 해군은 이들 전함 MRO 사업에 연간 60억~74억 달러(약 8조 8천억~10조 8천억 원)를 지출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내 조선소 부족, 설비 노후화, 생산성 저하 등의 문제로 전함 MRO 지연이 심각한 상황이다.
인도·태평양 지역을 담당하는 미 해군 7함대는 일본 내 자체 정비 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나, 증가하는 MRO 수요를 모두 처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규모가 커지는 미 전함 MRO 사업권을 놓고 역내에서 일본과 한국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일본의 미쓰비시중공업이 먼저 미군과 함정정비협약(MSRA)을 맺었지만,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등 한국 기업들도 작년 7월 미 해군과 MSRA 협약을 체결해 MRO 시장에서 급부상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작년 11월 미 해군 7함대에 배속된 3만t급 급유함에 대한 MRO 계약 수주에 성공했다.
지난달에는 미 7함대 소속 군수지원함 1척에 대한 MRO 입찰에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각각 참여 의사를 밝혀 국내 기업 간 경쟁도 예상된다.

한화오션은 올해 최대 6척, HD현대는 올해 2~3척의 MRO 수주를 목표로 설정한 상태다.
보고서는 미국 조선·MRO 시장이 한국에 활짝 열리면 조선 대기업뿐 아니라 협력업체에도 혜택이 돌아가며 ‘K-조선 생태계’가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상선 확대 프로그램, LNG 개발 등 다양한 기회도 열려
코트라 보고서는 최근 의회에 발의된 ‘선박법'(SHIPS for America Act)의 내용도 자세히 분석했다.

이 법안은 미국 국적 상선을 현행 93척에서 250척으로 확대하는 ‘전략적 상선 프로그램’을 담고 있어, 한국 조선업계에 추가적인 수주 기회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국적 상선 중 선령 15년 이상 노후 선박 비중이 55%를 웃돌아 선박 교체 수요가 상당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한국 조선업계에 호재가 될 수 있다.
특히 선박법에는 매년 2억 5천만 달러(약 3천660억 원) 규모의 금융 대출 및 보증, 최대 40.5%의 투자 세액 공제 등 인센티브 방안이 담겨 있는데, 한국 조선업계도 이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또한 미국이 중국산 선박에 대해 컨테이너당 50달러의 항구세를 부과하는 등 다양한 대중 견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내 석유·가스 생산 확대를 추진하면서 LNG 수출 승인을 재개하고 총 440억 달러(약 64조 3천억 원) 규모의 알래스카 LNG 개발 프로젝트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로 인해 LNG 운반선, 해양 석유시추선 등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것도 한국 조선업계에 추가적인 기회 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했다.
다만, 보고서는 미국 정부가 중국산 철강을 사용하는 국내 조선사에 대한 제재 가능성을 경고하며 관련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가격 경쟁력 등을 이유로 국내 조선사의 중국산 후판 사용 비중은 지난해 36.9%로 급증한 상태다.

또한 환율 변동성, 산업 수익성 저하, 정부 지원, 미국 현지 생산 시 인프라 낙후 및 전문인력 부족 등 고려사항에 대해서도 점검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 조선업계는 고부가가치 선박 분야에서의 우수한 기술력과 품질을 바탕으로 미국 시장이라는 새로운 블루오션에서 도약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코트라의 이번 보고서는 K-조선이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트럼프는 김정은과 친해서 친북정책을 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