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세 갈등 급제동 걸리다
유예 합의에 기업들 숨 돌려
반도체·배터리 업계 온도차 뚜렷

“125%에서 10%로 내려갔다 해도,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대화가 가능하다는 신호’죠.”
미국과 중국이 관세율을 각각 115%포인트씩 낮추기로 극적으로 합의하면서, 얼어붙었던 세계 무역 질서에 숨통이 트였다.
90일 유예라는 조건부 조치지만, 관세전쟁이 최악의 국면은 벗어났다는 점에서 국내 경제계의 반응도 빠르게 나오고 있다.
115%P 인하…숫자보다 큰 ‘시그널’

12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양국 고위급이 마라톤협상을 벌인 끝에, 미국은 대중 관세를 145%에서 30%로, 중국은 대미 관세를 125%에서 10%로 내리기로 합의했다.
이번 합의는 90일간 유예기간이 붙었으며, 이 기간 동안 후속 협상을 이어간다는 조건이 달렸다. 협상이 결렬되면 언제든 초고율 관세 체제로 회귀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산업계는 ‘최악을 피했다’는 점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중간재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 입장에선 불확실성 완화 자체가 고무적”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업계는 미중 관계 회복의 가능성에 기대감을 내비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미국의 중국 수출 통제로 간접 피해를 입었지만, 이번 합의로 분위기가 반전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반면 배터리 업계는 경계심을 감추지 않았다. 중국산 저가 배터리의 미국 시장 유입이 늘어나면 한국 업체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어서다.
한 배터리 기업 관계자는 “관세 인하로 중국산 원재료 수급은 쉬워질 수 있지만, 완성품 시장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유턴’…경제 부담 커졌다

이번 합의의 배경에는 미국 내 경제 악화에 대한 부담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관세를 대폭 인상했지만, 소매업계 반발과 경기 둔화가 이어졌다.
트럼프는 최근 행사에서 “아이들이 장난감 30개 대신 2개를 갖게 될 수 있다”며 관세의 역효과를 사실상 인정했다. 미국 재무장관 역시 “디커플링은 원하지 않는다”며 유화 메시지를 내놨다.
미중이 실효관세는 낮췄지만 아직 양보 없는 합의라는 평가도 있다. 미국은 여전히 철강, 자동차 등 주요 품목엔 고율 관세를 유지하고 있다.
경제계는 이번 미중 합의가 한미 간 협상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기대한다.

다만 ‘유예’라는 단서가 붙은 만큼, 향후 협상 진전에 따라 불확실성은 언제든 되살아날 수 있다. 기업들은 숫자보다 흐름을 읽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진짜 중요한 싸움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는 우려가 존재하는 만큼, 앞으로의 상황에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이랬다 저랬다 ~~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