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퇴출하자”…美가 갑자기 한국으로 눈 돌린 ‘숨겨진 이유’

항만 크레인도 ‘안보’ 문제로 떠올라
미국, 중국산 밀어내고 한국에 관심
기술은 충분…남은 건 가격 경쟁력
K크레인
K-크레인의 인기 / 출처 : HD현대삼호 제공

“지금 미국 항만에서 일하는 크레인의 10대 중 8대는 중국산입니다. 그런데, 그 크레인이 언제 멈출지 모른다는 불안이 커지고 있습니다.”

배에서 물건을 내리는 크레인, 그저 무거운 짐을 옮기는 장비로 여겨졌던 이 기계가 이제는 ‘국가 안보’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미국은 최근 이 장비들이 정보 유출 통로가 될 수 있고, 유사시 원격으로 작동을 멈출 수도 있다는 이유로 중국산 크레인 퇴출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그 대체재로 ‘한국산 크레인’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미국 항만 80%는 중국산…보안 위협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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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크레인의 인기 / 출처 : HD현대삼호 제공

현재 미국 항만의 컨테이너 크레인 대부분은 중국 국영기업 상하이진화중공업(ZPMC) 제품이다.

그런데 이 크레인에는 모뎀과 센서 같은 첨단 장치가 포함돼 있어, 중국 정부가 이를 통해 미국 항만의 물류 정보를 수집하거나 비상 상황 시 크레인을 멈추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 의회 보고서에는 중국산 크레인에서 무단 설치된 통신 장비가 발견됐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미국이 중국산 크레인을 문제 삼자, 한국 조선사들이 즉각 반응했다. 지난 16일, HD현대 정기선 수석부회장은 제주에서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와 만나 크레인 공급 협력 방안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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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크레인의 인기 / 출처 : 뉴스1

HD현대삼호는 설계부터 제작, 시운전까지 모두 자체 기술로 할 수 있으며, 연간 10기 이상의 크레인을 생산할 수 있는 역량도 갖췄다.

같은 날, 한화오션 김희철 대표도 미국 조선소와의 협력 강화를 논의했다. 특히 한화오션은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해 현지 생산 기반을 갖추고 있으며, 자동화 설비를 도입해 생산성을 높일 계획이다.

기술력은 충분… 과제는 바로 ‘가격 경쟁력’

한국 기업들은 기술력 면에서는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남은 과제는 ‘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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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크레인의 인기 / 출처 : 연합뉴스

ZPMC는 압도적인 저가 전략으로 세계 크레인 시장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 업체들이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선 생산 단가를 낮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항만 장비 국산화율을 2031년까지 90%로 끌어올리고, 세계 시장 점유율을 10%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크레인 교체가 시작될 경우, 단순한 장비 수주를 넘어서 조선 자동화 기술까지 함께 수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미국은 조선 인력이 부족하고 자동화 기술이 필요하다. 한국은 조선 기술이 강하지만 인력난을 겪고 있다. 서로 필요한 것을 가진 두 나라가 손을 맞잡을지, 항만 크레인을 둘러싼 협상이 새로운 통상 외교의 판을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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