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터진 계엄령 소식이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전격적인 계엄령 선포는 이미 경기 둔화 우려로 흔들리던 국내 증시에 찬물을 끼얹었다.

주중에 2,500선을 간신히 회복했던 코스피는 지난 6일 전주보다 27.75 포인트 하락하며 순식간에 2,420대로 미끄러졌다. 45년 만의 비상계엄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개인투자자들은 공포성 매도에 나섰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계엄령 해제 이후 불거진 탄핵 정국은 한국 증시를 더 깊은 불확실성의 수렁으로 밀어 넣고 있다.

국내 증시는 계엄령 선포 이후 3거래일 동안 2.88%의 낙폭을 기록했다. 특히 원화 약세로 인해 달러 환산 코스피 지수는 830.61까지 떨어져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외국인들의 시각에서 한국 주식이 싸 보일 수 있는 상황이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정치적 불확실성에 외국인들의 귀환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금융당국이 ‘무제한 유동성’을 언급하며 시장 안정화에 나섰지만, 투자 심리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계엄령 해제 후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이 무산되면서 정치적 혼란은 오히려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임시국회를 열어 다시 탄핵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번 정치적 혼란은 과거 탄핵 사례와는 다른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노무현·박근혜 정부 당시와 달리 한국 경제는 저성장과 내수부진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트럼프 2기’ 출범이 예고되면서 보호무역주의 강화라는 대외 리스크까지 겹친 상황이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한국 증시 전망도 어둡다. 골드만삭스는 “전반적인 밸류에이션이 매력적인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재평가를 위한 명확한 계기가 없는 한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CLSA는 한국 주식 투자 비중 축소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업들의 투자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국경제인협회 조사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 10곳 중 7곳은 내년 투자 계획을 아직 세우지 못했거나 계획이 전무한 상태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경제적 불확실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11일 발표되는 미국의 11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시장 예상치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유지되면서 단기적 반등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한 증시의 본격적인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NH투자증권은 이번 주 코스피의 예상 밴드로 2,420~2,550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