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시장 빙하기 장기화
채용공고 반토막 추세 지속
청년들 좌절감 갈수록 깊어져

“요즘 하루 종일 인터넷을 뒤져봐도 채용 공고 자체가 없어요.” 온라인 채용 모집 인원이 코로나19 시기보다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신규 채용을 축소하고, 청년들은 첫 직장을 구하지 못해 방황하고 있다. 내수 침체와 수출 둔화가 겹친 한국 경제의 현실이 청년층 취업난으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코로나보다 더 추운 겨울’… 채용 시장 얼어붙다
15일 통계청 ‘빅데이터 나우캐스트’에 따르면 지난달 온라인 채용 모집 인원 수는 2020년 1월 대비 57.9% 감소했다.

이는 코로나19 대유행 시기보다 더 심각한 수준으로, 통계청이 해당 지표를 제공하기 시작한 2020년 이후 역대 최악에 가까운 수치다.
채용 한파는 지난해 9월을 기점으로 본격화됐다. 10월에는 2020년 1월 대비 약 40% 감소했으며, 올해 2월 초에는 69.7%까지 급감하며 역대 최고 감소율을 기록했다.
3월부터 상반기 채용 시즌이 시작되면서 감소세가 다소 완화됐지만, 여전히 코로나 대유행 시기를 뛰어넘는 채용 가뭄이 지속되고 있다.
업종별로는 사업 지원 서비스업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달 29일 기준 해당 업종 채용 모집 인원은 2020년 1월 대비 89.4% 급감했다.

교육 서비스(-49.8%), 식료품 및 의류(-35.3%), 오락 스포츠 및 문화(-32.5%)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특히 그동안 비교적 안정적인 채용을 유지해왔던 제조업마저 20.3% 감소한 것은 내수뿐 아니라 수출 전반에 걸친 경기 침체를 보여주는 심각한 신호로 해석된다.
‘경력 없는 청년’ 설 자리 없어… 취업 문턱에서 좌절
이러한 고용 한파는 특히 경력이 짧은 사회초년생들에게 더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25~29세 취업자 수는 242만 명으로, 1년 전보다 9만 8000명 감소했다. 이는 2013년 3분기(-10.3만 명)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20대 후반 취업자는 2023년 1분기 이후 9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그 폭도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해 3분기 4만 4000명, 4분기 6만 2000명 감소에서 올해 1분기에는 10만 명에 육박하는 감소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한 인구 감소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올해 1분기 20대 후반 인구는 6만 9000명 감소했지만, 취업자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은 9만 8000명 줄었다. 실업자 수는 1만 3000명 증가했고, 실업률은 0.6%포인트 상승했다.

기업들의 ‘신중한’ 채용… 경력직 선호 뚜렷
채용 한파의 한 원인으로는 기업들의 경력직 선호 현상이 지목된다.
한국은행 연구팀은 지난 2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경력직 채용 증가는 기업의 경쟁력 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노동시장에 갓 진입한 청년들의 고용에는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내수 장기 침체와 수출 둔화가 겹친 복합 악재가 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국내 정치적 상황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더해지면서 기업들의 고용 심리가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신규 채용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기업 비중은 지난해(66.8%)보다 6%포인트 줄어든 60.8%에 그쳤다.
임영태 경총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내수 부진 심화와 미국발 관세 전쟁 우려 등으로 기업 심리가 위축됐다”며 “올해 채용 시장은 작년보다 더 얼어붙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인구 감소 외에도 기업의 경력직 선호가 맞물리면서 청년들이 취업시장에 진입조차 못하고 있다”며 “20대에 첫 직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구조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