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떨어지니 수익도 줄었다
예측 어려운 트럼프 정책 불안
돈은 다시 국내 증시로 향했다

“수익이 나도 손에 쥐면 손해입니다.”
최근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한숨이 늘었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수익을 기대하고 투자했던 미국 주식이 요즘은 되레 짐이 되는 모양새다.
환율이 떨어지고, 정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미국 시장을 떠나는 이들이 늘었다. 그 자금이 국내 증시로 다시 들어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주식 팔고 나오는 개미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6일까지 개인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을 4억 3000만 달러어치 순매도했다. 지난달부터 매도세로 돌아선 뒤, 두 달 연속 ‘팔자’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환율이다. 한때 1500원대를 넘보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1300원대 후반까지 내려갔다.
미국 주식이 아무리 올라봐야, 환율이 떨어지면 원화로 환전할 때 손해가 발생했다. 수익률은 자연스럽게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정치 변수도 컸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올릴 수 있다고 말한 뒤 증시가 크게 흔들렸다. 외국인 투자자에게 최대 35%까지 세금을 매길 수 있는 감세법안도 불안 요소로 떠올랐다.
이 법안이 실제로 시행될지는 미지수지만, 투자자 입장에선 ‘불확실한 시장’이 가장 피하고 싶은 대상이었다.
흔들리는 미국, 오히려 오른 코스피

중동 지역 정세가 급변하고 트럼프의 발언으로 미국 증시가 불안한 와중, 국내 증시는 반대로 상승세를 보였다.
이달 들어 코스피는 10% 이상 올랐고, 코스닥도 5% 넘게 뛰었다. 같은 기간 미국 S&P500 지수는 0.78%, 나스닥은 2.32% 오르는 데 그쳤다.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에 힘입어 국내 증시는 이재명 정부 출범에 힘입어 ‘허니문 랠리’를 이어갔다. 이 분위기를 타고 개인 투자자들도 다시 움직였다.
원화 가치가 올라가자 미국에 투자했던 돈이 환차손 우려에 더해졌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국내 주식이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모든 투자자들이 미국에서 등을 돌린 건 아니다. 주가가 많이 떨어진 종목은 오히려 저가 매수 대상으로 떠올랐다.

대표적으로 미국 건강보험사인 유나이티드헬스는 사기 의혹으로 주가가 떨어졌지만, 국내 투자자들은 3억 5000만 달러어치 넘게 사들였다.
미국 국채 ETF도 관심을 끌었다. 금리가 오르면서 채권 가격이 떨어지자, 장기적으로 수익을 기대하고 미리 투자한 것이다.
최근 개미투자자들은 국내 증시를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시장 안에서도 가격이 떨어진 우량주에 기회를 본 이들은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다.
다음 투자처를 결정짓는 건 결국, 환율과 트럼프의 다음 한마디가 될 가능성이 높다.